
흥행한 영화의 스핀오프.
몇 년 전 엑소시즘을 주요 소재로 한 영화들이 몇 편 연속적으로 개봉되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행하기도 했고, 만듦새도 괜찮았던 게 “검은 사제들”이라는 작품이었다. 강동원과 김윤석이 주연을 했던, 제목처럼 가톨릭 구마사제 두 명이 강력한 악마와 싸운다는 스토리였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서양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배경과 정서가 담긴 영화인지라 나름 재미있게 봤었다.
그런데 올해 초, 그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이 또 하나 왔다. 이름도 비슷한 “검은 수녀들”. 이번에는 두 명의 수녀들이 악마와 싸우는 이야기다. 베테랑과 신입이라는 조합도 그렇고 영화의 전반적인 구도가 같은데, 주연 캐릭터들의 성별만 바뀐 느낌이다. 작중에도 “검은 사제들”에 나왔던 두 명의 신부도 한 명은 이름으로, 다른 한 명은 실제 영화 말미에 특별출연으로 나오고,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수녀가 그 제자였다는 설정도 보인다.
이게 단순한 자기복제가 아니려면 뭔가 독특한 포인트를 만들었어야 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영화에서 그런 건 딱히 잘 보이지 않았다. 남도가 할 수 있으니, 여자도 할 수 있다 정도의 느낌으로 시작했던 걸까. 사실 왜 굳이 (구마사제도 아닌) 이 두 수녀들이 구마의식에 나서야 했는지 그 당위성조차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느낌.

뒤죽박죽.
영화의 주인공이 수녀들이니 가톨릭적 배경이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편인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랬고. 하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면서, 전편에 그런 대 난리를 겪었음에도 좀처럼 구마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나아가 오히려 방해하려는 고위 사제단의 모습도 잘 이해가 안 된다.(물론 가톨릭교회라는 조직이 생각만큼 일사분란하지 않기는 하지만.)
또, 악마와 싸우는 사람은 뭔가 좀 불량한 끼를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아마도 “콘스탄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이 여실하게 보이는 스테레오타입의 유니아 신부 캐릭터는 오히려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송혜교라는 배우의 느낌과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잘 어울리지 않았달까. 아 캐릭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인 느낌은 송혜교가 연기한 유니아 신부는, 전작의 문동은이 옷만 바꿔 입은 느낌.
여기에 가톨릭으로 시작해 무당으로 이어지는 (전작에서도 나왔던 설정이긴 하다) 온갖 종교적 소재들이 뒤죽박죽으로 엉키는 모습은, 그게 살짝 양념 정도면 모를까 극 전체의 개연성을 떨어뜨리기만 하는 것 같다. 가톨릭의 신앙교리부(검사성성의 후신)를 너무 물로 보는 건 아닌지. 마녀들 때려잡던 기관이라고. 이런 일을 하는 이들은 오히려 더 교리와 전통에 충실하고, 신학적으로도 엄격한 검증을 거친 이들인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가톨릭과 개신교의 축귀 이미지.
가톨릭에서 행해지는 구마의식과 이를 담당하는 사제들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작품들로 제작되어 왔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한 주인공 캐릭터들(대개 구마 사제들)은 일부 인격적인 흠은 있어도 전반적으로는 그래도 훌륭한 일을 했다(혹은 훌륭한 일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 같은 뉘앙스로 묘사되는 게 대부분이다. 반면 개신교에서 비슷한 축귀사역 같은 경우는, 그게 썩 좋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걸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개신교 쪽에서는 이런 부분이 교리적으로 제대로 정립된 적도, 관련된 조직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정립된 게 없으니 저마다 중구난방으로 어디서 들여왔는지 모르는 의식과 절차, 사상을 집어넣어, 말 그대로 잡탕을 만들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이 영화보다 더 뒤죽박죽인 건 이쪽일지도.( 의식의 유효성이나 우월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