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리스천 창업가들과 교제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나면서,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하는 특성일 수도 있지만, 좋은 경영을 위해서 필요한 자질들 가운데는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주요 덕목들과 겹치는 부분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높이는 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맥락에서는 약탈적 관행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 책은 아예 이 부분에 좀 더 집중을 한다. 제목부터가 성경과 비즈니스를 양손에 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들지 않던가. 저자들은 본문 내내 성경구절들을 쉴 새 없이 언급하면서 비즈니스에 필요한 자질들에 관해 말한다. 아, 그리고 저자들부터가 조금은 새로운데, 브라질의 연방 판사와 브라질 중앙은행의 애널리스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브라질 출신 작가의 책은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 이외에 처음인 듯.
일반 경영학 이론에 기독교 신앙을 더했다고 해서 그 수준이 떨어진다거나 실용성이 부작하다는 오해는 버리자. 대충 좋은 이야기를 써 놓은 책이 아니다. 오히려 앞서도 언급했듯, 유명한 경영이론에 관한 책들이 은근 성경에서 차용해 온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목표와 의미, 그리고 선한 덕목들을 강조하기도 하니까. 단순히 마키아벨리즘에 입각한 차가운 판단만이 이 바닥에서 유효한 것은 아니다.
특히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경은 잠언인데, 이 부분은 제대로 된 공략인 것 같다. 다른 성경들과 달리 잠언이야말로 우리의 실생활에 좀 더 직접적인 격언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니까. 이 부분을 제대로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도 좋은 기획이겠다 싶은.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잠언 이외의 성경 구절에 적용될 때는 살짝 무리한 느낌도 든다. 잠언이 말하는 대상이야 말 그대로 시장에서 사용되는 지혜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다른 본문들의 경우는 좀 다를 수도 있기 때문. 예를 들면 달란트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은사의 사용에 관한 독특한 조언을 담은 비유이지, 우리가 가진 돈을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에 관한 재무적 조언을 하는 게 아니다.
특히 복음서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시들은 그대로 따라하라는 의미가 아닌 경우가 많다. 값진 진주가 묻힌 땅을 사기 위해 자기 재산을 다 팔아야 하는 것도, 추수 때가 되기 전에 가라지를 뽑지 말라는 것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리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는 건 명백히 큰 위험을 사는 일이니까.
책 전반에 담긴 경영적 조언들, 나아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자질들에 관한 교훈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일에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지 말라는 세속적 조언보다는, 우리가 가진 신앙을 좀 더 제대로 드러내자는 이런 움직임이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