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을 여러 가지 '맛'에 비유하고는 한다. 인생의 쓴맛을 봤다든지, 사랑을 달콤하다고 하든지, 하는 것들이 상투적이지만 진실을 담은
말들로 사용된다. 특히 커피는 단맛, 쓴맛, 신맛 등 여러 가지의 맛이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삶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점에서 커피를 내리는 방식과 종류에 따라 인생의 의미까지도 함께 마시거나 혹은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커피'와
사랑에 빠지고, '커피' 같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것들을 삶의 요소들과 버무리고
있다. 동창인 제호에게 사랑을 느끼는 세희가 정수와의 결혼 생활을 '물맛 나는 커피는 지루한 결혼 생활'로 비유하거나, 뇌종양 판정을 받은
효정이 자신의 남은 삶을 '산패를 향해 달리는 숙성된 커피'에 비유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저마다 가지고 있었던 상처들이 드러난다. 커피
하나를 마시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성과 취향이 들어가며, 각자 좋아하는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방법(혹은 커피에 대한 추억까지도)이 다른 것처럼,
그들의 상처는 각각 다른 색깔을 띠고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처럼 딸이 가까운 존재이기에 신경을 쓰지 못했고, 그 무관심을
자유를 주는 것으로 착각했던 효정의 회한이 인상 깊다.
멜리타는
커피에 물을 잔뜩 스며들게 해서 우려내는 방식이야. 추출구가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아주 작아. 그러니 멜리타로 커피를 내리려면......원두가
물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아주 길어져. 전문가가 아니면 커피 맛은 형편없어지지. (...) 잘만 추출한다면 정말 바디감 있는 진한 커피가 되는
거야. (...) 난 그렇게 아이를 키워보고 싶었어. 멜리타를 알고 난 뒤 아, 정말 이거다 싶었지. 그래서....그런 사랑을 민주에게 주려고
노력했어. 민주의 행동 하나하나에 즉시 반응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제 속에서 잘 버무려져서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결국
민주도 내가 하는 사랑의 방식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어. 엄마처럼 부족한 인간이 아니라......멜리타처럼 오랫동안 속에 품어서 깊이
있는......그래서 정말 향기롭고
바디감 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민주를 다 안다고 생각했어. 결국 쓴맛만 추출되고 말았지.
(200~201쪽)
그리고 결국 소설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간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듯이, 그들이 만들어 낸 인생이라는 커피는 서툴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다. "인생의 매
순간을 최고로 로스팅해보고 싶다는 생각"(335)으로 그렇게, 고민하고 부딪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에서 폴인러브는 단순히 이성에
대한 사랑일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사랑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