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로부터 시작된 유대교 갱신 운동은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냈다. 이 술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가 무엇인지, 예수는 누구인지, 유대교는 어떤 종교인지, 유대교와 기독교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와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한다. 게르트 타이센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며 유대교에 대(對)하여 형성된 원시기독교가 유대교와 단절하고 독자적인 기호체계를 성립하는 과정을 종교학적으로 설명한다.
게르트 타이센은 기어츠의 분석을 활용하여 종교란 신화, 제의, 에토스로 구성된 '하나의 문화적 기호체계'라고 정의한다. 신화는 "세상과 삶을 기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설화를 통해서 밝혀"주는 것이고, 제의는 "신화에 언급된 이질적 현실을 표현하는 행위"이며, 에토스는 "신화의 의미를 행동을 통해 제시"하는 것이다. 각각의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마치 한 언어의 문법과도 같은 종교적 기호체계를 만들어낸다. 기독교는 유대교로부터 파생된 종교적 기호체계다. 그리고 이 기호체계의 중심에는 예수라는 인물이 있다. 그렇지만 예수는 헬레니즘 문화에 저항하는 유대교 갱신 운동을 주도한 것이었지 새로운 종교를 세우려 한 것은 아니었다. 예수의 특징적인 면모는 '하나님 나라'에 있다. 예수는 임박한 '하나님 나라'라는 신화 속에서 자신이 '하나님 나라'의 구현자라는 자각을 바탕으로 유대교의 형식적인 제의와 율법을 비판하며 성전파괴를 예언하였고 토라의 규정을 급진화시켰다.
예수는 성전 파괴를 예언하고 왕을 참칭하였다는 죄목으로 십자가에서 죽게 되었다. 예수의 죽음은 제자들의 '메시아 대망'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이에 뒤이은 부활 현현 사건은 이들에게 당혹감을 일으켰다. 제자들은 '유일신 신앙'에 기대어 이 모순을 해결하였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하나님께서 보이신 "낮춰짐을 통한 승리"로 이해되었고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로 '승격'되었다. 이제부터 원시기독교는 부활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는 신화를 바탕으로 유대교와 구별되는 제의와 에토스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원시기독교는 유대교에서 행해져 온 희생제의를 종결시켰다. 예수의 죽음은 대속적 죽음으로 해석되었고, 그의 부활은 반복되는 희생제의를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원시기독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직접 참여하는 세례와 성만찬이라는 새로운 제의를 만들어냈다. 에토스 측면에서는 이웃사랑의 범주를 모든 민족으로 확장시키고 자기 비움과 겸비라는 급진적 윤리를 강조하였다. 이렇듯 원시기독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이 땅에 임하였다는 '현재화된 신화', 즉 '구속 신앙'에 내재한 역동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호체계를 만들어나갔다.
유대교 내에서 점차 구별되어 나간 원시기독교는 복음서 저술과 바울의 신학에 이르러 유대교와 분리되어 독자적인 기호체계를 완성한다. 복음서는 예수에게 신적인 면모를 덧입혔고 세례와 성만찬이라는 새로운 제의와 산상수훈으로 대표되는 에토스를 정당화하였다. 정경복음서 중 가장 늦게 기록된 요한복음서는 원시기독교의 발생 과정에서 정점에 위치한다. 예수의 신적인 면모는 요한복음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되어 예수는 스스로를 하나님과 동등한 자로 계시한다. 바울은 복음서 전승과는 다른 방식으로 원시기독교의 토대를 놓은 인물이다. 바울은 '예루살렘 사도회의'에서 유대교의 할례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였고, 유대파가 할례를 용인할 때에 율법 비판과 칭의론을 토대로 이들을 거세게 비난하며 원시기독교의 독자성을 확고히하였다. 원시기독교의 기호체계를 보편 종교의 하위 범주에 위치시키려 한 영지주의의 도전에도 독자성을 지켜낸 원시기독교는 정경을 확정지음으로써 기호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기독교의 탄생은 유대교에 대응하면서 독자적인 기호체계를 완성하고 이를 개인의 경험과 역사 속에서 도전받고 검증받는 과정이었다. 이를 살펴보는 것은 기독교를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여기는 몰역사적 이해에서 벗어나 기독교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다만 게르트 타이센은 기독교의 탄생을 발전론적으로 서술하며 사실관계를 단순화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좀 더 엄밀한 이해를 위해서는 1세기 유대교의 모습, 초기 기독교의 정황과 같은 세부 분야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