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쯤부터 서점을 강타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매년 사람들은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이 책을 들게 된다. 이
트렌드를 통해 요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군중 속에 있는 '나'도
돌아볼 수 있다. 2018년,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들었다.
WAG
THE DOGS
황금
개의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내년은 바로 '개'의 해이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그 해의 동물을 제목으로 땄다. 올해의 경우 닭의 해인
CHICKEN RUN이었다. 언뜻 보면 의미 없는 단어일 수 있으나, 철자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있다. 그 단어에 의거하여 올해의 주요
트렌드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YOLO, 1코노미, 경험 판매
같은 경우를 볼 수 있다.
2018년의 소비 트렌드 10가지는 이런 기조에서 이어져 우리의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 + 가심비 : 플라시보 소비
워라벨
언택트 기술
나만의 케렌시아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 자본
미닝아웃
가성비로 개편된 관계
자존감
이 중
내가 눈여겨 본 세 가지는 플라시보 소비, 워라벨, 그리고
케렌시아였다. 왜냐하면 이 세 가지가 나를 그대로 대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풍토 속 내가 존재하는 것이고, 내가 곧 트렌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성비 + 가심비 : 플라시보
소비
이제는
더 이상 가격과 제품의 성능만을 비교하여 구매하지 않는다. '심리적
만족'도 추구하게 된다. 제품을 구매하고 나서 그
기능으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제품을 통해서 어떤 '만족'을
얻었는지 찾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위안을 얻게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심리적 만족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플라시보라는 단어처럼 '나는 기쁠 것이다'라는 기대를 제품에도 불어넣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소비하게 된다.
이런 소비를 잘 살펴보면 결국 나를 위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중 나의 경우 '굿즈'에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나는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캐릭터의 제품 - 파일이나 노트, 테이프를 구입한다. 무민을 통해 얻은 심적 만족과 그것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내 심리가 결국 '무민이라는 나만의 의미에 기꺼이 소비한다'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가심비 중심의 소비 패턴은
더 이상 소비가 결핍의 충족이라는 평면적 기능을 넘어
소비 주체의 감성을 어루만져야 하는
고차원의 단계에 들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나는 무민 굿즈를 사면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조금이나마 안정되길 바라는 '플라시보'를 기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워라벨
이제는
워라벨도 회사 선택 기준에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사회생활을 몇 년 했던 나에게도 이제 워라벨은 내
라이프스타일의 중축이기도 하다. 한참 재취업을 준비했을 때, 취업
카페에서 워라벨이 깨지는 회사의 특징을 봤다.
1) 면접을
보러 갔는데 탕비실 냉장고에 야식 쿠폰이 붙여져있다.
2) 회사에서 고지한 업무시간 외에 전화를 걸었을 때, 누군가가 받는다.
3) 채용 시 '택시비 지원'이라는 말이 쓰여있다.
위와
같은 회사라면, 무조건 피하라는 게시글과 댓글에 본인이 겪은 여러 경험담들이 댓글에 우후죽순 달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봤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의 경우,
"옛날에는 이것보다 더 심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배부르다." "이런
마인드면 회사 어떻게 들어가냐"라는 반응도 있지만, 이제는
회사에 나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기조가 확장된다.
내가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회사는 나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내 선임들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이 회사를 정말 5년 동안 다닐 줄 알았다. 사회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전부'라고
생각했던 회사는 내게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결국 '그 시간 동안 뭐 했나?'라고 생각한 내가 남아있었다. 주변 상황은 박살이 났고, 어디서부터 회복해야 할지 갈피를 잃은 그 이후 회사는 내 삶의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없다는 마인드로 재무장된 채, 다시 사회에 나오게 되었다.
이렇듯 이제 회사는 '나'의 전부가 아닌 일부로서 살아가게 된다. 나와 같은
워라벨 세대와 기성세대가 조화를 이뤄야 할 때가 왔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사회적 구조의 문제로도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퇴근법'이 그토록 열광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근절되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역할이고, 우리가 이를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도록 동참해야 한다.
나만의 케렌시아
누구나
자기만의 안식처가 있다. 누군가는 집 일수도 있고, 그게
카페일 수도 있다. 살아가기 너무 피곤한 시대에 내가 숨 쉴 공간 하나는 있어야 하기에 자연스레 내가
잠시라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순한
휴식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다양한 컨텐츠들이 우리의 케렌시아가 되고 있다. 심야 책방 같은 것들이 그중 한 예이다. 나 또한 케렌시아에서
내 시간을 갖고, 퇴근 후 전시를 보면서 머리를 식히는 편이다. 하지만
이젠 단순히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이런 케렌시아가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대학교 '대나무 숲' 페이지이다. 점점 팬텀족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일상에서 쓴 가면을 잠시라도 집어던지고
익명으로서 나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이런 현상은 주요하다. 대표적인 게 '블라인드'라는
어플인데 여기 들어가면 정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특히 아무에게도 말
못한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장이 되었다.
초연결이 시대의 화두인 동시에
완전한 단절 역시 사람들이 절실히 원하는
카운터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 없이 부상하고 있는 케렌시아. 앞으로는
이런 속성을 이해하는 비즈니스가 우리 삶 속에 더욱 스며들 것이다. 그런 다채로운 공간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트렌드를 살펴보니 결국 불안한 시대 우리가 헤쳐나가려는 하나의 방법들이 트렌드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불안정한
시대, 불안정한 미래. 이 가운데에서 나를 지켜야 할 몸부림. 그 가운데 빛나는 개인의 가치는 빛이 바래지는 게 아니라 더욱더 환히 빛날 것이다. 트렌드는 곧 내가 된다. 내가 곧 트렌드가 된다. 그렇게 2018년도 '나'로서 우리는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