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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ogato28님의 서재
  •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 양도영
  • 12,600원 (10%700)
  • 2018-04-16
  • : 268
화장품에 갈색병이 있다면 커피에는 파란 병, 블루보틀이 있다. 외벽에 영롱한 터키 블루색 블루보틀의 로고가 찍혀있기만 해도 힙스터의 성지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블루보틀을 국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에서도 들뜬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블루보틀을 경험하기 위해서 굳이 일본까지 건너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에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이 저변에 확대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커피 = 믹스커피 라는 불변의 공식에서부터 시장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커피의 존재는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통해 바리스타라는 직업과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어 사방이 카페로 변모해갔다. 미디어의 힘이 참 세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어진 스타벅스는 제2의 커피 물결을 타고 왔다.

나 또한 그런 20대 초반에 스타벅스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원한 적이 있었다. 당시 면접에서 스타벅스가 가지고 있는 의의에 대해서 답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당시 스타벅스가 내포하는 의미는 '제3의 문화공간' 그 자체였다. 나 또한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공간 자체를 소비하러 가는 장소이지, "커피 마시러 간다"라는 의미로 와닿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 잘 모르는 지역에 갈 때 랜드마크처럼 으레 스타벅스에 가게 된다.

하지만 블루보틀은 본질적으로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줄을 선다. 다른 것도 아닌 커피 그 자체이다. 매장 앞에서 줄이 길게 늘어뜨리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다. 그런 광경을 보면 우리가 "커피를 마신다"라는 의미가 정말 커피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인지, 공간을 음미하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만 재미있는 요소일 것이다.

블루보틀이 이렇게 커피, 그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던 힘이 궁금했다. 그 힘은 바로 블루보틀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x=y 의 공식을 성립시키고 싶어 한다. 이는 모든 브랜드들이 거쳐야 할 숙명인 지도 모른다. 블루보틀 또한 커피 = 블루보틀 이라는 브랜드를 확립하기 위해 철학을 확립해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은 품질. 이 품질은 사실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브랜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QC (Quailty Control)은 주요한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정직성과의 연결되어, 신뢰와 맞닿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이런 커피라는 메뉴 속에서 '자기 다움', '블루보틀 다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시그니처 메뉴이다. 나 또한 어떤 카페에 갈 때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면 그걸 먼저 마시는 편이다. 시그니처 메뉴야말로 그 브랜드의 특성이 오롯이 담겨있는 한 잔이기 때문이다. 블루보틀에는 뉴올리언스 아이스 커피 라는 메뉴가 있다고 하는데,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다빈치가 남긴 이 한마디는, 우리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의 모습들을 잘 표현하는 한마디이기도 했다. 애플, 발뮤다 등 우리가 열광하는 브랜드들은 모든 것을 충족시키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그 하나에 집중한다. 이는 커피에 집중하는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에도 유효했다. 모든 것을 커피 하나에 집중시키기 위해 마치 커피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명확한 것 단 하나만 보여준다. 외부적인 인테리어나 아이템에만 치중된 것이 아닌, 내부 고객인 직원까지 그 브랜드에 체화되도록 '바'에서 잘 표현한다.

브랜드를 가장 최접점에서 경험하고 있는 바리스타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는 고스란히 외부 고객에게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새로 생긴 카페에 가면 바의 동선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각 포지션 별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물들은 어떻게 배치가 되어있는지, 고객은 어디서 어떻게 바리스타와 마주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동선이 잘 정비된 바를 보면 무척 심플하다. 다빈치가 남긴,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한 마디가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바리스타도 QC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바를 무대로, 바리스타가 무대의 배우가 되어 고객에게 퍼포먼스를 보이는 바리스타. 그 경험은 고객에게 블루보틀의 가치를 선사한다. 이미 내부 고객인 바리스타부터, 블루보틀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축적되어 지금의 블루보틀이 된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이 한마디만 봤을 때 참 운이 주요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긴 텍스트보다는 이미지 한 장과 모션에 즉각 반응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경험하고 싶은 그 무언가'로 와닿기까지,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설득시키기까지의 과정은 원두를 로스팅하듯 치열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에 제3의 커피 물결을 선도했다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그런 설득의 과정은 누군가에겐 '언젠가'로 유예시킬만한 공간,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일부로 남기엔 충분했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는 그 무언가들은 이미 상품의 가치를 넘어선, 자신이 삶에서 추구하고 싶은 바를 표현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 = 블루보틀, 어쩌면 그것을 넘어선 무언의 메시지에 우리가 움직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블루보틀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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