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심야책방
독서 모임을 2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 처음 해 보는 운영자 노릇이라 회원을 모집할 때 걱정이 많았지만 독서 모임에 오는 분들의 특성상 점잖고(?) 내향적인 분들이 많아 별 트러블 없이 잔잔하게 굴러가는 중이다.

최근 새로운 한 분이 오셨다. 처음에는 그 분의 박학다식함과 유창한 언변에 반해 좋은 회원이 들어왔다고 내심 흐뭇했다.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내 부탁에 그 분이 추천해 주신 책은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내용이나 독자 서평 등이 좀 의아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박학다식하신 것치고 특정 자기계발서 작가를 지나치게 좋아하시는 것도 좀 읭?했지만 그것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책을 두고 토론을 해 나가면서 이 분의 정치성향이 나(사실 별로 정치적 성향이 강하지도 않다)와는 좀 다르구나, 하고 느꼈지만 이것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 내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 좀 다른 것 같은 내용을 강하게 말씀하실 땐 좀 거리가 느껴지긴 했다. 뭐, 내가 모르는 이면적 사실도 있을 수 있으니까, 하고 넘겼다.

그런 몇 가지 소소한 에피소드 외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분은 다정하고 세심한 성격에 배려심도 깊으신 분이었다. 단, 신앙심도 깊은 게 문제였는데 난 이 분이 토론 중 혹시라도 전도를 하실지 두려워 그 분이 믿는 신을 찬양하는 언사를 내뱉으실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게다가 난 칼같이 남의 말을 자르지 못하는 성격이다. 원래 모임의 운영자는 남에게 욕을 좀 먹더라도 필요한 말은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다. 그래서 이에 실망한 회원 한 분을 잃은 적도 있다(지금 생각해도 너무 후회가 된다).

아무튼 독서모임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마냥 좋은 이웃으로만 지냈을 그 분의 SNS를 어느 날 우연히 보다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 분이 올려놓으신 게시물의 특성을 보니 그 분은 아마 꽤 우파 쪽이신 것 같은데 그 분의 열정적인 신앙(특정 신앙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 나는 예수님, 부처님 모두 존경한다)과 정치에 대한 의견(우리가 읽었던 책 중에 정치를 다룬 책이 있었다)과 독서 취향이 한 쾌로 꿰어지면서 그동안 가졌던 소소한 의아스러움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이 분을 그저 좋은 동네 이웃으로만 만났더라면...ㅠㅠ

예전 살던 곳에서 독서모임을 했을 때는 회원 자격으로 참가만 하면 되었었기에 신입모집 공지글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신입이 들어오면 참석 여부를 일일이 확인받고 유령회원은 주기적으로 내보내고 이런 자잘한 과정들은 내가 할 필요가 없었다. 모임이 길을 잃고 수다로 흐르거나 맥이 끊겨 침묵이 이어져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사실 나는 프로페셔널한 독서모임 운영자도 아니고(심지어 우리 모임은 초반엔 발제도 없었다!) 나보다 더 고급한 독자분들도 많이 나오시기에 부담감 1도 없이 모임을 진행했었으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는 게 가끔 피곤할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좋으신 분들이지만 살아온 과정들이 다 다르고 가치관, 성향이 다 다르기에 가끔 화들짝 놀랄 때도 있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대상이겠지. 겸허해져야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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