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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밀한 사이
- 케이티 기타무라
- 15,120원 (10%↓
840) - 2025-02-07
: 539
(문학동네 - 해문클럽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부모님은 싱가폴 출신이며, 자신은 뉴욕에서 살다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재판소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에는 지난 문학동네 해문클럽의 선정작들과 비슷하게 이민자이자 여성인 주인공의 설정을 두고, 소수자 또는 약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그렇지 않다.
< 친밀한 사이 >, 책 제목과 일맥상통하게 주인공과 그 주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헤이그에서 새로 사귄 친구 야나, 직장 동료들이나, 연인 관계인 아드리안, 야나를 통해 만난 엘리너와 안톤 그리고 재판소에서 일을 하며 반인도적 범죄자인 전직 대통령까지. 등장인물이 한명 한명 등장할 때마다 친밀한 사이는 주인공과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결론적으로 이 모두가 주인공의 의사에 상관없이 조금 또는 많이, 분명 친밀했다고 느꼈다.
처음엔 등장인물들이 말할 때 큰따옴표가 없이 서술되어서 한 문장을 놓치면 문단 앞까지 다시 올라가야해서 집중력이 필요한 책이었다. 재판소 이야기 부분은 익숙치 않은 이야기라 흥미가 조금 떨어지기도 했지만 친밀함에 대한 서사를 좇다보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친밀함이라는 감정 자체가 유동적이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소설은 내내 긴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인 케이티 기타무라의 문장 하나하나가 아름답다고 느꼈다.
[ 책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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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나가 찬장을 열어 올리브오 일병과 후추 그라인더를 꺼내는 것을 지켜보았고, 모든 것에 벌써 제자리가 있음을 눈치챘다.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질투 때문은 아니고 어쩌면 동경 때문일 테지만, 그 둘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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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중 누구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말로 볼 수는 없는 법이다—이 세상은 제 범속함(구치소의 땅딸막한 담벼락, 일상적인 노선을 따라 달리는 버스)과 제 극단성(그 감방과 감방 안의 그 남자) 사이의 모순에 현상대로 자리하고 있으니, 우리는 오로지 이 세상을 잠깐 보고 난 다음에는 설사 볼 일이 있다손 쳐도 오래도록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이 목격한 바를, 소름 끼치는 광경이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목소리를 잊는 것은 놀랄 만큼 쉽다.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잊어야만 하고 실제로 잊는다. 알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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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시선에서 어딘가 그 생각이 드러났는지. 그녀는 갑자기 창피해 하는 듯 보였다. 우리는 이런 폭로가 우리를 더 가깝게 해줄 만큼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우리는 잘못된 방식으로, 잘못된 때에 서로를 드러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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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그에게 말하려고 작정했던 것들이, 몇 번이고 내 머릿속을 거쳤던 말들이, 우리 사이에 말해질 필요가 있다고 믿었던 말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오로지 이 말만을 했다.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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