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버스정류장 부근 서점에서 누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구매한 책.
여기에서부터 이사카 코타로에 대한 기억이 시작되었다.
"내가 일을 하면 항상 비가 온다"
표지의 제목 옆에 적힌 슬로건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것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글 속에서 사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죽은 자의 영혼을 데려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사고사로 죽을 이들을 분별해내고 그 죽음을 지켜보는 존재이다.
일주일 동안 이 사람이 죽어 마땅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분별해내는 그들은
사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사신도 있다고 치바는 말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죽음에는 '가'의 판결이 내려진다.
사신이 음악을 사랑하는 변덕쟁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그들이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할만큼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시 그들에게는 그 것이 무한하게 반복되는 일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