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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경계를 서성이는 여우
  • 돌 씹어 먹는 아이
  • 송미경
  • 11,250원 (10%620)
  • 2014-12-19
  • : 7,312

독특한 세계관이 돋보이는 동화집

 

 

내가 동화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나마 읽은 동화책 중에서 보면 이런 내용의 동화를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동화책을 읽어보면 독특한 세계관이 돋보인다. 그래서 동화집이지만 정작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그 독특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힐링을 주목적으로 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 이 책의 저자인 송미경 작가의 강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본인의 경험담을 살린 재미있는 강연이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송미경이 동화 쓰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시기의 얘기였다. 그녀는 등단을 하고 난 이후에 몇 년 동안 자신의 글 세계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족할 만한 동화를 쓰지도 못한 시간을 보내며 동화를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송미경은 한달 동안 자신만을 위한 동화를 쓰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거의 하루에 한 편 가까이 쓰면서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가까스로 자신만을 위한 20편의 동화를 적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작품을 원한다는 전화를 받고 작성한 원고를 정리해서 보낸다. 그 동화집들로 인해서 송미경은 드디어 평단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송미경은 그렇게 동화 창작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무엇이든 끝까지 매달리고 난 후에야 달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너무나 쉽게 포기해 버리는 내 자신이지 않았을까 반성해 보았다. 30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한 사람도 있듯이, 무슨 일을 하든 '늦은 나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8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사하라 사막을 걷는 할머니를 만났다. 자신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는 의미로 사막을 횡단하는 할머니가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송미경은 미술을 배운 적이 있어서 동화를 쓸 때 그림 그리기를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그림 한 장에는 글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리 듯 하나의 장면을 눈에 보이 듯 서술할 수 있다면 글을 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동화집 중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처음으로 나오는 <혀를 사왔지>라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원이는 무엇이든지 파는 시장에 갔다. 이곳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자신이 태어난 해의 동전을 내야 한다. 그 시장에서는 각종 표정에 맞는 눈썹이나 귓속말을 듣는 귀나 안에 넣는 순간 무엇이든 사라지는 지갑, 다양한 동물 꼬리 등을 팔았다. 시원이는 그곳에서  무슨 말이든 시원하게 할 수 있는 혀를 사왔다. 신기하게도 그 혀를 입에 넣는 순간 입안에 착 달라 붙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시원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폭력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들은 평소에 얼마 만큼 속엣말을 꺼내서 하고 있을까? 속엣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속엣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나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혀가 있다면 나도 잠깐 사용하고 싶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향해 "그러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고양이가 진짜 부모라고 나타난 아이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따뜻하고 미지근한 돌을 씹어 먹는 아이의 이야기 외에도 신기하고 다양한 이야기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든 이 동화책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일러스트와 독특한 세계관의 동화를 재미나게 읽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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