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젖혀본 나무토막 밑이나 화단의 돌멩이 밑에 눌린 연두빛 여린 싹을 보면 가슴이 아렸다. 오물과 매연 때문에 더디 자라다가 물기 없이 말라버린 화초들. 그와 달리 비 온 뒤 마당을 점령할 듯 여기저기 피어나던 붉은사슴뿔버섯 은 아버지와 미란을 향한 나와 돌아가신 엄마의 분노처럼 여겨졌다.
붉은사슴뿔버섯은 어릴 때는 영지버섯과 색깔이 비슷하다가 자라면서 황적색의 사슴뿔처럼 갈라졌다. 성숙하면 시뻘건 고무장갑을 낀 사람의 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독버섯은 매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끈질기게 공장 주변에 돋아났다.
독버섯은 화려할수록 치사량이 높다고 했는데, 붉은사슴뿔 버섯은 곱고 예뻤다. 그만큼 맹독을 지닌 독버섯으로 악명이 높은 버섯이었다. 섭취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저 붉은사슴뿔 버섯을 먹고 차라리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 돌았다. >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책소개도 있었지만 실제로도 읽는 내내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그리고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으로 읽힌다. 책속에 한 사람의 생애가 들어있다는 느낌이었다.
단어나 표현이 요즘과는 다른 정겨운 느낌을 주는 부분이 많다. 시대적 배경도 도 그 이유일듯하다. 가끔은 '아, 이런 단어 이런 표현도 있었구나'하는 순간이 있다.장애를 가진 한 사람의 생애와 그 생애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