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박주리님의 서재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특별 한정판)
  • 프랑수아즈 사강
  • 9,900원 (10%550)
  • 2021-10-15
  • : 2,00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의문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을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제목이 더 아련하게 느껴졌고, 한층 더 깊어진 여운을 만끽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2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이야기속에서 폴과 로제, 시몽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심리를 나타내는 형식을 이루고 있는 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히는 듯 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대하는 세 사람의 심리를 현실적이면서도 세심하게 표현한다. 항상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만은 없는, 이러저리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소설 속 세 사람 중 한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소설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인물, 폴에게 심취한 채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폴은 30대 후반의 여성으로 6년째 로제와 교제하고 있는 인물이다. 자유분방하고 구속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로제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그에게 어떤 불만도 표시하지 않은 채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상처”(137p) 들을 입은 채 그와의 관계를 지속해 나간다. 그런 그녀의 앞에 젊고 아름다운 청년 시몽이 나타나게 되고 로제와는 또 다른 태도로 자신의 사랑을 관철시키고자 애쓰는 그를 보며 그녀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성격과 태도로 폴을 대하는 두 남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 둘을 바라보는 폴의 감정은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는데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는 듯한 그녀의 심리상태를 묘사하는 사강의 문체가 인상깊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삼각관계’라는, 어떻게 보면 진부한 소재를 주제로 한 소설이지만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난 뒤에 남는 여운은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사랑이라는 한 단어를 실현시키는 데는 무수히 많은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우리가 흔히 ‘루틴’이라고 부르는 익숙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며 소설은 끝이 난다.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리고 그저 그 ‘루틴’속에 자신을 몸을 맡기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다시 그 속으로 회귀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일까. 


 옮긴이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사강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라고 한다. 김남주 번역가의 말처럼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사랑의 아름다움이나 다채로움이 아니라 허무함과 씁쓸함, 덧없음이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