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책을 읽으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봤어도 오롯이 아버지를 중심에 둔 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소설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잠깐 등장했다가 스르르 사라지는 그런 희미한 듯한 존재로 그려지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빠와 매우 친밀한 사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 그래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신경숙 작가님의 '아버지에게 갔었어'가 유독 나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다.
나이 든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딸 헌이가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먹먹했다. 소설속 아버지가 관통한 세월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우리의 역사였다. 격변하는 시기를 전부 겪으며 그 속에서 그저 살아내기 위해 견뎌온 삶이 슬펐다.
한없이 든든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수면장애를 겪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이유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마주한 아버지의 지난 세월의 흔적을 바라보는 딸의 심정이 어땠을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 당시를 살아낸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속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삶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할아버지의 삶은 어땠을까. 헌이의 아버지와 비슷한 삶이었을까.
예전부터 아빠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읽어본 신경숙 작가님의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가 전부였고 그 마저도 교과서에 수록된 일부였다. 그 당시 인상깊게 읽었는데 왜 그동안 작품을 찾아 읽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이번 작품도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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