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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리님의 서재
동의
동그릴리  2021/02/13 02:41
  • 동의
  • 바네사 스프링고라
  • 12,600원 (10%700)
  • 2021-02-01
  • : 304

'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된 바로 그 소설'이라는 소개로 읽게 된 바네스 스프링고라의 '동의'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v의 부모님은 자주 싸웠고 결국 이혼하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 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사랑의 결핍을 유명한 작가 G로부터 채우려고 한다. G는 유명한 작가로 편집자인 v의 어머니와 함께 저녁모임에 참여한 v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사람이다. 그 당시 v는 13세였던 반면 G는 50세를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였다. 소아성애자였던 G의 꼬임에 넘어간 v는 G와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G는 그녀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겨우 13살이었던 v는 그렇게 교묘하게 이용당했고 착취당했다. G와의 관계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 했고 그것이 그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G의 위선적이고 거짓된 모습을 하나씩 깨닫게 되고 자신과 그의 관계는 부적절했음을 깨닫는다. 이 사건에서 그녀는 분명한 피해자이지만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수많은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 해 고통받는다. v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어린 소녀들의 삶과 내면을 망가뜨린 G는 어떠한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다.

프랑스 문단의 미투 운동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 읽어보게 된 이 작품은 내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우선 이 책이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만한 유명한 작가들, 예술가들, 철학자들이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옹호하고 이를 위한 성명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폭력적이고 몰상식한 인식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졌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들은 아직 남녀와의 관계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어린아이들을 그들의 지성과 능력을 이용해 교묘하게 끌어들여 소위 '뮤즈'로 삼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명목으로 합리화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찬사를 받고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현실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G와 딸의 관계를 인정한 어머니의 태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고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때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작가는 또 한 번 마음을 다치지는 않았을까. 인생에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밝히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그 시절의 사건들을 세상밖으로 내보내며 그녀는 이런 파렴치하고 부도덕적인 일들이 자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가 문단계의 미투 운동의 시작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도 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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