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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리님의 서재
  • 병명은 가족
  • 류희주
  • 15,300원 (10%850)
  • 2021-01-27
  • : 831

개인적으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온기와 울타리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안정되는 그런 존재, 나에게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속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게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모 아니면 도. 극단적인 비유일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류희주 작가의 '병명은 가족'이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던 이유도 가족의 이런 극단적인 양면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과 의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가족은 이러한 양면성을 모두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하려면 상담이 필수이고 상담을 하다보면 환자들의 가족사항은 거의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묘사된 이야기들은 어쩔 때는 마치 소설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각자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또 그렇지 않기도 한 것 같은 사연들이었다. 상담을 통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의학적 용어들로 설명되고 있는데 생소하고 어려워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환자들의 상태는 의학적 지식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의학적 지식들은 환자의 상태를 명확하게 이해시켜주는 그런 상보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현병, 거식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병을 겪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이루고 있는 가족들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일으킨 범죄나 정신질환의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정신병원은 아직까지도 몰래 다녀야 하는 그런 병원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 흉악한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이 심신미약이라는 진단을 받고 감형을 받는 사례들 때문에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환자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들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단편적인 지식이나 왜곡된 오류로는 편견과 혐오만 짙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도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는 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치매가 조현병의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감정이 어떨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곡해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일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 우리와 조금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바라보는 것은 폭력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현병이나 거식증, 알코올중독, 공황장애와 같은 질환은 어쩌면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사회불안과 같은 질환들은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지도 모르는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게다가 요즘은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우울감을 느끼는 횟수가 잦을 때가 분명히 있고 심리적인 불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어떻게 보면 정신과는 우리가 몸이 아플 때 가는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이 눈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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