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도서 [호구]는 출판사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 솔직한 리뷰를 담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마음이 저릿했다. [호구]라는 강렬한 제목 속에 담긴 소년 윤수의 삶은, 불행하다는 말로는 차마 다 담지 못할 만큼 아프고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장 마음이 쓰였던 건 윤수의 '어깨'였다. 가장인 어머니와 왜소증으로 몸이 작은 할아버지 사이에서, 묵묵히 감당해야 했을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특히 자신의 무탈함에 안도하는 엄마를 보며 속내를 감추고 웃어보여야 하는 윤수의 모습에서, 성숙함 뒤에 숨겨진 깊은 외로움이 느껴져 어른으로서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윤수를 아프게 하는, 이철의 조롱 섞인 말들. 읽는 것 만으로도 화가 난다.
권력을 옷처럼 두르고 타인을 휘두르는 '이철'과 그 폭력 앞에 침묵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방관이 한 아이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리는지, 주온의 비극적인 선택을 보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작 진심 어린 사랑은 한 조각도 없었던 이철이 결국 미국으로 떠나는 결말은, 풍요 속의 빈곤이 낳은 괴물을 보는 듯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그렇게 떠나며 바라던 대가를 치루지않는 이철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가장 눈물이 났던 대목은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호구로 살지 마라, 나처럼 살지 마라."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은 몸으로 윤수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할아버지. 그 유언 같은 외침은 단순히 손자가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넘어, 이 척박한 세상에서 자신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는 간절한 기도처럼 들렸다.
인생에 '다시 시작' 버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소설은 날카롭게 꼬집는다. 하지만 소설은 절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윤수의 모습에서 나는 희망의 한 줄기를 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무기력해 보이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책을 피는 것 밖에 없다는 덤덤한 끝이었지만 윤수의 미래의 독자의 상상으로 남는다. 덤덤해 보이지만 윤수처럼 용기있을 청소년은 얼마 되지 않을것이다. 노란머리의 윤수는 어쩌면 지금 세상의 많은 아이들의 소망일지도.
SNS와 미디어 속 세상은 화려하고 모두가 행복해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윤수처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버티고 있을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힘들지? 네 마음 나도 잘 알아. 그렇지만 어떻게든 힘을 주고싶었어...아니었나싶다.
결핍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지켜내려는 소년의 발걸음을 응원하며, 한동안 이 먹먹한 여운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속시원한 결말이 아니어서 슬펐지만, 아주 현실적인 결말에 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가님의 손편지도 너무 감사하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속에 있으셨을지 가늠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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