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훌쩍 넘긴 나는 요즘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고 힘겹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귀찮고 힘겨워 나는 거의 매일 피상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방학이면 혼자서 여행도 가고 또 식사도 하고, 영화도 곧 잘보곤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동물이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갓 '나'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보기 시작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나의 존재성을 인식해갔던 십대 시절의 우리에게는 가족도, 직업도, 돈도 아닌 친구가 전부였다. 새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기대와 걱정과 근심이 교차에 잠을 못이루고 친구와의 헤어짐에 고통스러움을 느끼고, 다툼과 오해도 많았던 우리. 어렸고 또 서툴었기에 그 때의 우리는 사뭇 진지하고 심각했다.
하지만 이런 관계 속에서 오해와 갈등을 풀어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부딪히고 싸우면서 답을 찾아가는 게 맞는 것일까. 어른이 되면 혼자서도 뭐든 잘하게 되니 걱정 말라고 가르치면 되는 것일까. 이 책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두렵고 힘겨운 친구들, 관계맺기에 힘겨움을 느끼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 치료 동화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친구와의 갈등에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나의 유년 시절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벌써 십 오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그 상처가 남아있다. 부딪히고 싸우고, 다치면서 관계를 맺는 것을 배우기에 우리는 너무도 약하고, 어리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문화가족,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이 느끼는 소외감, 입시와 경쟁에 과열된 한국의 교육문화, 그 속에서 소외되고 상처받는 아이들, 친구 사이의 오해와 갈등, 왕따 등의 문제는 정면 돌파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문화와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십 오년전의 나에게도 이런 책 한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면 아무말 없이 꼭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리라. 친구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른이나 아이가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내년엔 꼭 고학년을 맡아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다. 그 땐 아이들과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