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입수하자 마자, 8살 셋째와 5살 넷째에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이제 첫째와 둘째는 아빠가 들려주는 동화책을 잘 들으려 하지 않네요ㅎㅎㅎㅎ
우연한 기회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있게 된 손녀, 사실 그 둘의 사이는 어색할 수 밖에 없지요. 아니, 방학이나 명절에 다른 가족들 전체와 함께 보게되면 너무나 반가울 수 있는 사이지만, 다른 가족 없이 할아버지와 손녀 단 둘만의 시간은 참으로 어색함이 감돌 수 밖에 없습니다.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할아버지인 우리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아버지이십니다. 어릴 때에 아버지가 해 주신 요리를 딱 한 번 먹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계란 후라이. 그것도 반숙(sunny side up)이라고도 할 수 없는, 거의 날 달걀에 가까운 계란 후라이었지요ㅠㅠ 우리 아버지 뿐만 아니라, 모든 아버지 세대 분들에게 요리와 집안 일은 참 익숙치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할아버지는 참으로 열려계신 분이십니다. 사랑하는 손녀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노력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인터넷을 찾아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 보시는 모습. 아내나 자기의 자녀들에게는 아마 그렇게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니까, 할아버지는 평생 처음 요리에 도전하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요리를 시작하실 때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던, 70년 정도의 고정관념을 깨뜨신 것입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새로운 세상을 다시 한 번 열고 계셨습니다. 요즘 흔히하는 표현에 따르면, 할어버지의 3.0! 시대가 열려진 것이지요.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내내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00아~ 사실 시골에 계신 너희 할아버지가 딱 이래~" 책에도 없는 추임새까지 마구마구 넣어 유쾌하게 읽어주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즐거움 뿐만 아니라, 몇 가지 교훈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노력을 통해, 가정에서 어떤 역할의 구분이 사람의 편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노력에 의해 이 사람이 저 일도, 저 사람이 이러한 일도 할 수 있는 것이죠. 아이들이 어떤 한계 안에서, 집안 일을 구분 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더해서, 확대 가족의 소중함도 느낍니다. 핵가족이라는 표현도 요즘은 진부한 표현이라 하지요? 그러나 이렇게 사회가 복잡해 지고, 아이들의 돌봄이 중요한 시기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자손녀들의 돌봄에 더욱 힘을 써 주시면 좋겠어요. 4자녀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양육이 불가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다 해 줄수는 없지요. 그것을 기대하는 것도 안 되고요. 저는 이 책의 주인공 할아버지같은 분이 더욱 많이 지시면 나라의 출산률이 반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무리한 생각일까요? 책을 읽고 한 번 판단해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