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전반에 걸친 경제 흐름을 명화 등의 그림과 함께 익히는 <그림으로 베우는 경제사>는 나의 읽기 취향에 딱 맞는 책이다. 어떤 전문가가 집필한 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눈길을 끌었고, 이어 소개된 전문가의 이력 또한 20년간 금융계에서 일하고 통섭의 글쓰기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의 전반부는 올리브,은,소금,맥주,대구,청어,후추,목재,커피,굴 등 다양한 재화를 중심으로 하여 과거 아테네부터 유대인 금융가인 로트쉴트까지의 정보력까지 이어진다. 후반부는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농업혁명부터 아편전쟁으로 이어지며 금융 도시 홍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2부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경제 활동을 배우는 관점으로, 이미 교실에서 배우던 익숙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작가 특유의 필체로 서사 구조에서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 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계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의 이력이 현재의 국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을 가미한 글들은 경제사를 표방한 글의 경계를 넘어선 재미를 준다.
2부와 달리 재화 중심으로 꾸려진 1부의 이야기는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그림에 접목한 루벤스의 창작 스타일을 경제 개념인 분업화와 연결하여 서술한 11장은 그림과 화가를 사랑하는 이로서 이 책에서 가장 꼽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루벤스의 이런 창작 과정을 모르고 그림을 감상했을 때를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감이 든다. 물론 기획가로서의 그의 수완은 높이 사지만... 앤디 워홀의 재기발랄한 창의력은 좋아하나 공산품 같은 그의 작품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터라 이 책 덕분에(?) 존경하는 작가군에서 루벤스를 잃는 아쉬움을 맛봤다는 것은 이번 책과 관련된 여담.
이 한 권으로 경제사를 다 익힐 수는 없지만 십대 청소년부터 읽기 좋은 편집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제와 역사, 그리고 명화를 함께 접하면서 경제에 대한 감각과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참고할 수 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