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꽂힌 명구가 있어요. 괴테가 호기롭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더군요. 괴테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기지만요.
예술과 학문을 지닌 자
종교도 가진 것이다
제가 예술 하는 이들을 우러러 보는 이유이기도 하죠.
예술가들을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분들의 일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더 비례하는 것 같아요.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책을 읽을 때는 특히요.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다양한 미술가와 음악가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음악으로는 베토벤부터 비발디까지, 미술로는 바스키아부터 구스타브 카유보트까지 시공을 오가며 미술과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애정을 펼쳐놓습니다.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음악이나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도 있지만 대개 그 작품에 감명 받은 작가의 손에 의해 해석되는 글을 우리는 많이 접하죠. 하지만 이 저자처럼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그림과 글까지 쓴다면 더 깊이 있는 해석의 전달이 가능할테니 독자로서 더 신뢰하게 됩니다.
요즘 어학용 교재의 필수 구성품인 QR 코드가 이 책에는 기본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좋아요. 저자의 취향이 담긴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들으며 글 한 편씩 틈틈이 읽는 맛이 색다르죠. 진득하게 앉아서 한 권을 다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그 날의 기분과 손이 가는대로 골라 읽는 단편은 단순해 보이는 매일에 작은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화가들도 소개되어 있어서 해당 그림이 있는 가까운 미술관을 알게 된다면 얼른 찾아가고 싶군요. 무엇보다 하루 나들이로 찾을 수 있는 환기 미술관은 이 책과 함께 기억될 거에요. 최근에 신간을 사면서 표지를 보고 어디서 본 듯하고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바로 이 책에도 소개된 박서보 화가의 그림이어서 반가웠구요.
가을 풍광도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곧 주변이 단조로워질 때 우리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은 예술 작품을 통해서겠죠? 이 책이 그 작품을 보는 우리의 시야를 더 풍성하고 깊게 해 줄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