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권리 역시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권리를 바꿔왔다, 인간(권력을 가진 자들)의 편의에 맞춰서. 가장 새로운 권리가 나타나는 환경은 역시 혁명과 같은 개벽할 만한 사건을 겪은 이후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J.F. 케네디 전직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딴 하버드 케네디 스쿨 내 인권 정책을 다루는 Carr 센터에서 보직 중인 슐츠와 라만이 함께 집필한 <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는 인권을 너머 다양한 권리를 모색해 보자고 독자들에게 권한다.
우리 제목과 달리 원서의 제목인 The Coming Good Society: Why New Realities Demand New Rights 에 저자의 집필 의도가 다 담겨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 번역본 부제에 자세히 붙여져 있긴 하다. "인간에서 동물로, 로봇에서 바위로 다양한 존재를 껴안는 새로운 시대의 권리론" 가변하는 권리의 특성과 더불어 권리의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는 저자의 제안과 그들의 생각의 개진에 자연스레 설득된다.
2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부제에 담겼듯 다양한 권리의 면면이 나온다. 무엇보다 1장은 이 책의 핵심이, 저자의 권리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양 철학의 최고봉으로 꼽는 플라톤과 그 제자도 권리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철학적 배경부터 훑으며 미국의 현대의 다양한 권리 판례로 이어지는 서술은 무척 흥미롭다. 요즘 읽고 있는 자폐 스펙트럼과 그 가족들의 교육권 등 투쟁의 역사가 담긴 <자폐의 거의 모든 이야기>와 미국 유명한 소설가 조디 피콧의 <작지만 위대한 일들>과 교차하는 지점이 많은 책이어서 상호 보완적인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다.
같은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의 공동 집필의 이점이 잘 드러나는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권리를 담은 딱딱한 사회학서이지만 가끔 집필진을 그려 볼 수 있는 단서들도 있다. 전형적인 백인 가정에서 자란 남성과 인도에서 공부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을 받고 성장했으나 미국으로 와 자신의 뜻을 세운 인도 여성이 함께 집필했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이 이 책을 만들기까지의 뜻을 함께 한 모습이 그려지고 둘의 장점이 이 책에 더 잘 녹여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처음부터 꼼꼼히 완독하면 제일 좋지만 1장을 바탕으로 관심 가는 권리 소재로 읽어도 좋은 구성이다.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읽어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필독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두 분의 재치어린 입담도 엿볼 수 있어 때때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