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
세계 미술 시장에서 5위권에 드는 화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오해 받았던 그가 역설적이게도 이런 기록을 갖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화가가 아닌 우리 가족, 친구로 곁에 있다면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고흐를 나 역시 좋아하지만 그의 그림으로서 좋아했던 내가 고흐가 달리 느껴지게 한 계기는 몇 년전 한 소셜에서 고흐를 좋아하는 미술 애호가들의 사담 자리에서였다. 미술 관련 업을 하던 그들을 통하여, 그리고 고흐를 좋아하는 일반 애호가들 입에서 고흐의 인생을 제대로 들으며 고흐에 대한 연민이 커졌다. 살아있을 당시 사랑받지 못했으나 죽어서 불멸이 된 그.
나의 못된 상상 중 하나가 우리가 열광하는 그가 실제로 내 곁의 가족, 이웃일 때 나는 얼마나 그에게 우호적인 이일까 고민하게 된다. 일례로 몇 해전 열광적인 주목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 같은 이가 내 옆에 있다면 나는 그를 어떻게 대할까 같이 자문해 본다.
최근에는 우영우 변호사 같은 자폐를 가진 이가 있다면 등으로. 고흐에 열광하는 우리지만 그를 실제 만나는 가까운 이로 생각한다면 솔직히 버거울 것 같다.
영국의 고흐 전문가로 인정 받는 마틴 베일리가 최근 선 보인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를 보면 고흐에 대한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고흐 같은 열정을 가진 이를 주변에서 본다면 그의 괴팍한 성격을 좀 이해하며 대해줄 수 있을까 같은 마음으로 책에 빠진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게재된 편지와 그림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나오는 관련 작품 등을 직접 찾아 보며 즐길 수도 있지만 독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친절한 책이다. 그가 프로방스에서 지낸 3년 동안의 편지 중 반 정도의 편지만 작가의 손으로 추려졌고 우리가 잘 아는 귀를 자른 그 사건 이후의 편지가 처음 수록된 의미 깊은 책이기도 하다.
고흐가 사람들과 대면하는 어울림에는 약했으나 편지와 그림으로 가족, 친구들과 소통하려고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깊이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거침없는 몰입의 그리기로 탄생한 그의 그림들 앞에서 서면 그가 우리와 진정으로 소통하려고 애썼던 점을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요즘 같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고흐의 바람에 날리는 사이프러스 그림과 편지 한 편을 읽으면 좋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