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부분의 합이 아니라 전체가 전체를 쓴 책.
‘일(Work)’이라는 주제 안에서
이야기의 이음새를 최대한 지우려 한,
그래서 물줄기를 따라가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책.
그 흐름은 요컨대, ‘자기다움’을 찾는 데로 향한다.
브랜드는 ‘내면’의 문제이다. 꾸미고 치장하는 ‘외부’가 아니라.
어쩌면 <매거진b>에 매료된 독자들은 ‘철학’을 찾는, 혹은 무엇에서든 철학을 찾으려는 태도를 갈구하는 이들이 아닐까. 현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아닐까. 사람은 나다움을 찾는 수행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게 삶일지도 모른다. ‘나’라고 해서 ‘나’를 온전히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수용 대표는 점점 더 브랜드가 ‘사람’과 같은 유기체로 느껴진다고 한다. 마지막 장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이야기는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브랜드의 심장이 되는 부분은 결국 오너의 마음이니까. 이야기는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고, 지지하고 존중하며 협업하는 태도를 강조하고, 끝으로 책의 모든 여정은 왜 일하냐, 즉 ‘일의 본질’을 헤아리는 데 발을 딛는다. 작가는 ‘나를 증명하고 나의 신념을 퍼뜨리기 위함에 있다’고 답하며 글을 맺는다.
32년간 성실히 일해온 필자가 혼자 고민을 거듭한 모습이 그려지는 책이었다. 오랫동안 자기 안에 침잠해 찾아낸 말들이 잘 다듬어져 이 책을 채운 것 같다. 적어도 일에 있어서, 한 사람의 태도를 체험해 본 듯한 생생함을 준다. 다 읽고 나서 책의 제목은 ‘일의 본질’이 아닌 ‘일의 감각’이라 점이 조금은 의아했는데, 몇 번 더 읽고 나자, 이해가 갔다. 독자들이 일에 대한 태도와 본질을 ‘감각’했으면, 누군가에게 스며들었으면 했던 것 아닌가 싶다. 거듭 통독하며 나는 충분히, 충만히 느낀 듯하다.
(사족)명랑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표지.
오렌지색 같기도 하고 옅은 갈색 같기도 하고.
주문 전엔 2만 2천 원이라는 사악한 가격에 좀 놀랬지만
다 읽고나면 수긍이 간다. 내용이 좋아서 그렇다.
나는 좋은 내용에 이 공들인 포장이 제대로 부합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