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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am4942님의 서재
  • 소멸의 땅
  • 제프 밴더미어
  • 12,420원 (10%690)
  • 2017-06-28
  • : 204

   나는 바다가 무섭다. 바다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으면서도 그렇다. 내게 가장 아름다운 것 역시 바다였다. 나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갈증을 느꼈다. 바다가 없는 곳에서는 숨이 막혔다. 바다는 내게 평온이면서 공포였다. 떠날 수 없는 곳이면서 도망치고 싶은 곳이었다. ‘유령새’에게 X구역이 그랬듯이.

   「서던 리치 1권: 소멸의 땅」은 강렬한 표지부터 눈에 띈다. 기괴한 식물이 우거져 있는데, 그를 감싸 안듯 노란 테이프가 X자로 쳐져있다. 노란 테이프는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호기심을 유발했다. 나는 표지를 넘겼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다.


   미지의 구역으로 통제된 X구역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X구역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탐사대를 보낸다. 열두 번째 탐사대의 일원인 주인공은 생물학자다. 그와 함께 심리학자, 측량사, 인류학자가 길을 떠났는데 모든 인원은 여자였다. 그들은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한다. 모두들 그것에 정확한 명칭을 붙이지 못하지만 생물학자는 그것이 ‘탑’이라고 생각한다.

   탑은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어째서 생물학자는 그렇게 확신했던 걸까. 탑을 탐사하다가 생물학자는 유기체로 이루어진 글자를 발견하고 그 포자에 감염된다. 빛이 생물학자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생물학자는 어둠의 장막을 빗겨낸 진실을 발견한다.

   거칠게 내용을 요약하면서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곳곳에 스며있는 끝없이 새카만 어둠과 그럼에도 따스한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단어들이 생명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생물학자’라는 단어 때문일까. 그에게서 ‘유령새’를 끌어내면 조금 달라질까.

   유령새가 X구역으로 오기 전, 열한 번째 탐사대에 유령새의 남편이 있었다. 그는 X구역에서 돌아왔지만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유령새는 남편을 잃었다. 다만 그가 죽었냐고 묻는다면 유령새는 망설일 것이다.

   유령새가 X구역에 온 이유가 남편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길을 잃었을 때, 유령새를 인도한 것은 남편이 유령새를 위해 남겨놓은 일지들이었다. X구역에서 오로지 남편만이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유령새는 X구역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시선을 느꼈는데 기묘한 친밀감을 느낀다. 그것이 또 다른 진실임을 직감하고 유령새는 용기를 낸다.

   

   소멸의 땅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삼키는 곳이다. 유령새 역시 그 땅에 삼켜질지 살아남아 진실을 직시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어둠을 품은 땅에서 빛을 발하는 유령새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유령새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유령새는 생물학자다. 그가 생물학자이기 때문에 X구역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관찰하고 탐구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유령새이기에 그 땅에 남은 흔적과 존재들의 시선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소멸의 땅을 벗어나 경계 기관을 넘어서 빛의 제국까지, 유령새는 깨지 않는 꿈을 걸어갈 것이다. 그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려 한다. 유령새는 빛을 발하고 있고, 나는 그 꺼지지 않는 빛을 향해 계속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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