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dsam4942님의 서재
  • 세 여자 2
  • 조선희
  • 12,600원 (10%700)
  • 2017-06-22
  • : 2,404

역사수업시간, 일제강점기의 독립 운동사를 배우면서 이름이나마 간신히 언급되었던 여성은 유관순뿐이었다. 그나마도 그가 열사로 불리는 일은 드물었다. 기미년 3·1운동에서 태극기를 흔든 ‘누나’정도로나 슬쩍 언급되고 사라졌다. TV에서 한 역사 선생이 그는 ‘누나’가 아니라 ‘열사’였다고 이야기하자 그것이 연일 뉴스거리가 되었고, 모두의 무지를 탓하는 각성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이 그 역할을 모두 인정받게 된 것은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한 이들에 대한 재평가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성들은 지워져 있었다.

역사 속의 여성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나조차도 당연히 독립운동은 남자들만 했다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많은 인물들은 전부 남자였고 간간히 여성들의 활동도 있었다더라고 만 배웠기 때문이다. 역사는 여성들을 기록하지 않았다. 「세 여자」는 그런 여성들을 기억한다.

 

“나는 가끔 이 남자들하고 혁명을 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 다들 <자본론> 대신 <사서삼경>을 읽은 모양이야.”

 

박헌형과 김단야, 임원근, 송봉우의 부인이라는 표현만으로 그들을 표현할 수는 없다. 허정숙과 주세죽, 고명자는 신여성이자 투철한 공산주의 사상가였으며 독립운동가로 자신만의 생을 살았다. 그들이 역사에서 사라져야했던 이유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리에서 밀어냈던 이들 때문이다. 긴 머리를 자르면서 그들이 잘라냈던 편안한 삶의 무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안정된 삶을 살기를 거부했다. 조국의 해방이라는 거대한 목표도 있었지만, 스스로가 철저한 사상가이며 꿈을 가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세 여자」는 그들의 섬세한 감정과 원대한 꿈을 따라간다. 때로는 아이들의 어머니이면서 조국의 투사였던 그들은 번민하면서도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깥이 춥다고 껍질 속으로 도로 들어가겠니? 죽도 밥도 아닌 그런 인생은 생각도 하기 싫어.”

 

독립운동이후,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공산주의자였던 세 여자의 삶은 더 잊혔다. 고명자도, 주세죽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허정숙은 좀 더 오래 살았지만 그 역시 꿈을 가슴에만 품은 채 떠나야했다. 이제야 그들의 이름은 먼지를 털어내고 세상에 돌아오고 있다. 「세 여자」의 양이 적지 않지만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페미니즘이 각광받으며 여성들의 삶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처절했지만 봄날처럼 향기로웠던 그들의 삶을 다시 돌아볼 기회로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냈던 이들의 찬란한 기록을.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