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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dorran의 서재
  • 지옥보다 더 아래
  • 김승일
  • 14,400원 (10%800)
  • 2024-02-05
  • : 1,332
지옥에 대해 생각할 때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어릴 땐 가족들이, 친구들이, 그리고 친척들이 지옥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목사님인 둘째 이모부의 집에서 본 지옥 그림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불타는 솥에서 끓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괴로운 표정으로 아우성치고 있었어요. 솥의 바깥도 불타고 솥 안쪽도 불타는, 지옥은 온통 불바다였고 그래서 그림은 빨갛고 검고 갈색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빨간색을 싫어합니다. 내가 나중에 지옥을 그린다면 빨간색은 결코 쓰지 않을 거예요. 매주 교회에 가면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말해주었어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곳에서 매일매일 반복해서 온갖 고통을 받을 것이다. 손가락을 불에 데는 것만 해도 너무 아픈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온 몸이 불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무서웠어요. 존경하는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빠가,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교회에 다녀야 합니다. 나는 그들이 교회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밤 간절히 기도했어요. 세월이 흘러 아빠는 장로님이 되었지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끝내 교회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천국에 보내기 위해 말할 힘도 없는 할아버지를 다그쳤어요. “얼른 예수님 믿는다고 하세요!”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은 할아버지의 얼굴에 귀를 가까이 대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는 괴로워 보였습니다. “‘믿습니다.’라고 한 마디만 하세요. 제발요.” 가족들이 모두 돌아가며 애원했어요. 결국 할아버지는 힘겹게 입을 움직였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목사님은 “믿는다고 하셨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 다음 이미 숨을 거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축복 기도를 드렸습니다. 나는 왜 나를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았을까요. 생각해 보니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이 지옥에 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없습니다. 중간고사를 잘 보게 해달라고, 대학에 붙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은 있죠. 그런 것들이 지옥에 안 가는 것보다 중요한가요? 아니, 지옥에 안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나는 당연히 지옥에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지옥에 갈까 봐 무서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사람은 은연중에 자신은 지옥에 가지 않을 거라고 믿어버리는 걸까요. 나는 지금도 내가 죽으면 지옥에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는 동안 지옥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 번인가 그랬을 수도 있어요. 나는 더는 누구를 위해서도 기도하지 않습니다. 교회도 나가지 않습니다. 죽으면 지옥에 가겠지요. 지옥에 있는 나를 생각하면 무섭다기보다 외롭습니다. 그것은 지옥이 텅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사실 지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릴 때처럼 무서워 떨지 않고 지옥에 대해 상상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지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것은 묵시록이라기보다 모험담이지요. 어느 폭풍우 치는 밤, 좁은 방에 모두 함께 모여 지옥 얘기를 하고 싶어요. 다들 나 말고는 처음 만난 사이라 어색해하겠지만, 천둥 번개가 칠 때마다 깜짝 놀라 옆 사람에 가까이 붙고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면 우리는 어느새 머리를 맞댈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을 거예요. 여전히 지옥 이야기를 하면서, 깜짝 놀라면서, 그렇게 지옥을 가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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