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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 14,220원 (10%790)
  • 2015-06-30
  • : 33,514
엄청난 흡입력을 지닌 소설.
읽는 내내 스카웃의 귀여움에 반해 키득거렸고, 애티커스 핀치의 생각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기울였다.

1930년 미국, 북부와 비교해 흑인이 눈에 띄게 많은 남부, 그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 앨라배마 주의 메이콤(가상마을)이라는 시골이 배경인 이 소설은 출간 당시 미국사회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던 인종차별 문제를 부각시킨다. 단순히 부각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사건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정의, 양심, 약자를 향한 배려 등등을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인생관을 바꿨다고도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편견과 그로 인한 고통·차별·대립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화자인 스카웃을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이 있지만 내가 소설을 읽는 내내 주목했던 사람은 애티커스 핀치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어느 육아서 지침 못지 않게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가 젬과 스카웃에게 가르치고 싶어했던 삶의 기본 가치들 하나하나 모두 나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들이라 인상적이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시작은 학교에 다녀와 선생님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는 스카웃과의 대화에서 부터다. 단순히 6살짜리가 학교 가기 싫어 부리는 투정이나 꾀로 보기에는 선생님의 행동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나 역시 생각하는데 애티커스 핀치는 스카웃의 말을 다 듣고나서도 선생님을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라고 가르친다. 그렇다고 아빠의 말을 스카웃이 곧바로 고분고분하게 듣지 않는다. 네?? 라고 황당하다는 듯 반문한다. 6살 아이답게. 그리고 여전히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애티커스 핀치는 단호하지만, 아빠의 권위를 이용해서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부치지 않는다. 스카웃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내어 아이의 마음을 설득한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용기

애티커스 핀치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조롱받고 위협받으면서도 그가 생각하는 정의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인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의연함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의 옳은 행동이 교만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도, 생각이 다른 그들과 편을 가르지도 않는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패배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건 앞에서 그래도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머리로는 백번 천번 끄덕여지는 것들을 우리 아이들이 가슴으로도 느끼고 깨달아서 자신들의 삶을 그렇게 살아내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정과 의도보다도 결과가 칭송받는 세상에서 진정한 용기의 가치를 발견하는 지혜가 모이면 세상이 좀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부모가 주고 싶어하는 신뢰

애티커스 핀치가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자신의 동생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한다. 젬과 스카웃이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듣지 말고 아빠인 자신에게서 답을 구하기를 바란다고. 아빠를 충분히 믿어주기를 바란다고.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가 아이들이 감당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편견과 왜곡에 사로잡혀 있는 터라 그에 대한 걱정에서 뱉은 말이었지만, 이미 충분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들과 지내왔다는 것이 곳곳에 보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애티커스 핀치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자상한 아빠는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며 집에 돌아와 잠들기까지의 시간에는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다일 뿐이다. 하지만 누가 보든 안보든 행동이 한결같다는 모디 아줌마의 평가를 통해서도, 누구도 꺼릴 사건의 변호를 맡을 유일한 사람으로 테일러 판사가 지목했다는 것만으로도 애티커스 핀치의 진정성은 아이들에게 신뢰로 연결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에게 나는 부모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의 진심을 통해 지지할만한 믿음을 주고 있는지, 줏대 없이 이리 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읽는다면, 나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재미와 감동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답답한 듯 느껴지는 애티커스 핀치의 모습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 하지만, 아이들과 같은 작품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는 상상만으로도 들뜨고 신난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65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149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150
하지만 이걸 꼭 기억하거라. 그 싸움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 친구들이고 이곳은 여전히 우리 고향이라는 걸 말이야.

◆170
젬과 스카웃이 읍내 사람들 말을 듣지 말고 나한테 와서 답을 물어보기를 바랄 뿐이지.그 애들이 나를 충분히 믿어 주면 좋으련만.

◆200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207
누가 욕설이라고 생각하는 말로 불린다 해서 모욕이 되는 건 절대 아니야. 욕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인간인가를 보여 줄 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해.

◆213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517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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