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초크맨
수수 2018/08/1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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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크맨
- C. J.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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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18-07-23
: 863
#초크맨 #다산북스서평단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뭐 사실 소설이라면 딱히 가리지는 않으니 안 즐긴다기보다는 굳이 열심히 찾아읽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지금까지 몇 안 되는 추리소설들을 읽어본 경험에 의하면 나는 스스로 머리를 굴리며 범인을 추측하고 반전을 예상해내는 그런 빠릿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그냥 오오 하면서 작가가 이끄는 대로 쭉 따라가다가 결말을 보고 응? 하게 되는 일이 태반이다보니 딱히 추리소설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는 느낌은 받아보지 못했다.
<초크맨>의 겉표지나 띠지에는 각종 매체의 극찬과 함께 스티븐 킹이 떠오른다는 평이 쓰여 있었지만, 그의 소설도 사실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잘 상상은 안 갔다. 이전에 영화 <그것(It)>이 한참 인기를 끌 때, 재미있어 보이길래 한번 보고 싶었지만 공포영화를 못 보는 성격인 탓에 원작소설을 한번 읽어볼까 생각만 해보고 말았고... 아무튼 그래서 <초크맨>도 별다른 기대 없이 읽었다.
다 읽고 난 소감을 솔직히 말하자면 일단 서사가 아주 치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교차시키는 서술방식은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데?' 하는 흥미를 불러일으켰지만, 어느 시점 이후로는 약간 지루하게 느껴진다. 계속해서 다루어지는 주된 사건의 전말이 제대로 소개되는 건 책의 중반부를 훌쩍 넘은 이후였으니, 궁금증 유발이라기에는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반전으로 가득한 후반부는 많은 이야기가 휘몰아치다보니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마을 전체에 흐르고 있는 묘한 스산함이라는 분위기를 실감나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1인칭 서술자가 담담하고 건조한 어투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고 있을 뿐인데도 읽고 있으면 왠지 쎄한 공포영화 bgm이 흐르는 것 같은 그런 긴장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나는 주로 새벽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만 읽고 자려고 누우면 구석에서 뭐 나올 것 같고 그래서 좀 무서웠다. 이건 내 성격이 무서운 것에 하도 취약한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잠 안 오는 여름밤에 서늘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휘리릭 읽기 매우 괜찮은 책이다. 다음엔 스티븐 킹의 소설들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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