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혹시 -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말을 이해하고 안 하고는 여기 까지 나를 좇아온 미지의 독자, 그대에게 적잖이 달려 있다. 그대가 하려고만 든다면 나를 이해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질문이 무엇이었더라? 아 그렇지, 어떤 책이 내게 감명을주고, 인상에 남아 마음 깊이 아로새겨지고, 송두리째 뒤흔들어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거나>, <지금까지의 생활을 뒤바꾸어 놓았는가 하는 것이었지.
곧 나는 좋은 책을, 그것도 아주 썩 좋은 것을 집었다고 깨닫는다. 그것은 완벽한 문장과 지극히 명확한 사고의 흐름으로 짜여 있다.
그 순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비탄이 나를 사로잡는다. 문학의 건망증, 문학적으로 기억력이 완전히 감퇴하는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그러자 깨달으려는 모든 노력, 아니 모든 노력 그 자체가 헛되다는 데서 오는 체념의 파고가 휘몰아친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도대체무엇 때문에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책을 한 번 더 읽는단말인가? 모든 것이 무(無)로 와해되어버린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인가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죽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도대체무엇 때문에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책을 한 번 더 읽는단말인가? 모든 것이 무(無)로 와해되어버린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인가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죽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