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갖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비탈진 능선부터 산머리까지 심겨 있는 위쪽의 나무들은 무사하다.
밀물이 그곳까지 밀고 올라갈 순 없으니까. 그 나무들 뒤의 묻힌 수백 사람의 흰 뼈들은 깨끗이 서늘하게 말라 있다. 그것들까지 바다가 휩쓸어갈순 없으니까.
밑동이 젖지도, 썩어들어가지도 않은 검은 나무들이 눈을 맞으며 거기서있다. 수십년,아니 수백년동안 내리는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