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먼 산책』, 최수향
henadustintheend 2026/08/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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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 산책』, 최수향
유네스코에서 활동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던 저자는 2008년 짐바브웨에서 강아지 디디를 만난다. 짐바브웨에서 시작된 이 인연은 파리와 독일을 거쳐 서울에 닿고, 다시 디디의 고향 짐바브웨로 돌아가 마침표를 찍는다.
저자가 디디와 함께한 16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숫자로 헤아릴 수 있는 세월이 아닐 것이다. 한 생명과 매일을 나누며 살아온 시간, 그 안에 쌓인 수많은 장면과 감정을 글로 다시 꺼내놓는 일이 저자에게 얼마나 기쁘고 또 아픈 일이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 행간에 담긴 추억과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여러 번 심호흡을 해야 했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국경을 네 번이나 넘으며 디디와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알 것이다. 나라를 옮길 때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도 디디였고, 여행이나 외출, 약속 하나를 정하는 일에도 자연스럽게 디디가 중심이 되었을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일부를 다른 생명에게 내어주는 일이니까. 매일 산책을 해야 하고, 마음대로 오래 집을 비울 수도 없으며, 때로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생긴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고 유난을 떤다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반려견과 살면서 그런 순간을 숱하게 경험했다. 그럼에도 깊고 까만 눈동자와 촉촉한 코를 바라보며 얻게 되는 위안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용기를 준다.
저자는 디디와 이별한 후 그 유골을 디디의 고향 짐바브웨로 가져가 묻어준다. 나라면 조금이라도 가까이 반려견의 흔적을 곁에 두고 싶을 텐데, 저자는 디디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래전 디디와 함께했던 인연을 다시 만나는 장면은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디디의 삶이 끝난 자리에서, 디디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지는 해피엔딩.
저자는 디디를 고향에 묻어준 뒤 아기 코끼리를 돌보는 단체를 후원하기로 결심한다. 『반려인의 하루』라는 책에서 정우열 작가는 "자신의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이건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적었다. 정말로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한 후에 결국 불행해졌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사랑의 끝에서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한 존재에게 주었던 사랑을 다른 존재에게 다시 건네는 것. 그것이야말로 떠나간 존재에 대한 사랑을 슬픔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또 다른 생명을 향해 흘려보내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디디는 흙이 되어 땅으로 돌아갔지만, 디디와 저자의 산책은 끝나지 않는다. 함께 걸었던 시간은 저자의 기억에 남고, 디디에게 주었던 사랑은 또 다른 생명을 향해 간다. 아주 먼 산책이란 한 생명과 함께 걸었던 시간이 끝난 뒤에도 그 사랑을 품고 다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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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nextwave_pub 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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