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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adustintheend님의 서재
  •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 백영옥
  • 19,800원 (10%1,100)
  • 2026-06-30
  • : 2,160
고집스러운 기쁨을 건네는 시간,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고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여정은 내게도 하나의 설레는 기다림이었다. 다음 장에는 어떤 문장이, 어떤 위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 내려간 그 모든 순간은 앤이 말한 '기다림의 기쁨'과 다르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결말이 아닌 그 따뜻한 문장들을 따라 걸으며, 때로는 울컥 눈물이 차오르고 때로는 미소 지었던 기억들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어린 시절의 앤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유쾌한 긍정 에너지로 가득했던 그 아이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었지만, 어느덧 어른이 된 나는 팍팍한 현실에 치여 앤이 전하던 희망과 행복에서 멀어지고 지쳐 있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앤은, 잊고 살았던 내면의 온기를 되찾아주며 다시 시작해 볼 수 있겠다는 든든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소한 행복이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쉽게 불안해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하면 그것을 실패라 여겨 주눅 들곤 한다. 나 역시 삶이 뜻대로 그려지지 않을 때마다 조급해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앤은 알 수 없는 내일을 두려워하기보다 아직 만나지 못한 풍경을 기대하며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 같은 현실이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될 수 있음을 앤에게 배운다.

돌아보면 나는 결과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가느라 삶이 건네던 일상의 기쁨들을 너무 쉽게 스쳐 지나쳐 왔는지도 모른다. 계획했던 일들이 무참히 무너지고 연달아 찾아오는 불행 앞에서 분노했던 순간들도, 앤의 이 한마디 앞에서 비로소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앤은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에도 기어이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려 애쓴다. 슬픔을 외면하거나 현실을 덮어놓고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삶을 사랑할 이유를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책을 덮으며 앤이 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 것 같았다. 앤은 우리에게 완벽한 삶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생각대로 되지 않는 날에도 다시 기대하는 태도를 잃지 말라고, 결과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시간을 사랑하라는 다정한 온기를 전한다.

​앞으로의 삶 또한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만큼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덜 조급한 시선으로 머물고 싶다. 기다림도 내 삶의 일부이고, 흔들리는 시간조차 온전한 나이므로.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가장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결국 도착한 순간이 아니라, 그곳을 향해 성실히 걸어간 시간일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잊고 살았던 저마다의 '열세 살 앤'을 다시 마주하게 해주는 가장 다정한 안내서인지 모른다. 잊었던 웃음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혹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하루 끝에서 다시 일어설 작은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시간을 기꺼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 앤이 말한 고집스러운 기쁨이 어느 날 문득 찾아와 따스한 미소를 건네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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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gimmyoung 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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