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의 유효기간,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를 읽고
henadustintheend 2026/07/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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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
- 이현재
- 17,100원 (10%↓
950) - 2026-07-15
: 2,470
삶은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러다 예고 없이 넘어지는 날이 찾아오면 고통에 휘청거리고 주저앉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왜 하필 나였는지,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혹은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 잘못된 것인지 끊임없이 되물으며 스스로를 다그치곤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떠올리며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상처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내게『넘어진 만큼만 아파하기로 했다』라는 제목은 좀 야속하게 느껴졌다. 이미 넘어져 아픈 사람에게 이제 그만 좀 아파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을 무렵, 이 제목은 아픔을 외면하라는 말이 아니라, 상처를 이유로 삶까지 멈춰 세우지는 말자는 다정한 제안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이현재가 진료실에서 마주한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추상적인 위로나 막연한 긍정 대신, 왜 우리는 같은 상처를 몇 번이고 다시 겪게 되는지 차분히 짚어 준다. 상처는 한 번뿐이었지만, 그 뒤에 덧붙인 해석과 두려움, 자책이 고통을 훨씬 오래 붙잡아 둔다는 말은 내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자꾸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동안 나는 상처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일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라 여겼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생각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그 자리에 붙잡아 두는 핑계에 가까웠던 것 같다. 때로는 나를 피해자로 규정하며 더는 나아가지 않아도 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냈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말 뒤에 숨어 변화를 미루곤 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삶의 주도권은 결국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기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지는 지금의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불안을 없애는 방법보다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질투도, 분노도, 불안도 찾아올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버텨내는 힘이라고 말한다. 결국 회복이란 상처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길러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특별한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익숙한 하루를 하나씩 되찾아 가는 일이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거창한 해결책을 찾느라 가장 중요한 기본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작은 행동 하나를 먼저 시작하라는 이야기는, 지금의 나도 충분히 실천해 볼 수 있는 변화처럼 느껴졌다.
상처를 완벽하게 없애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상처에 붙잡혀 살아갈 것인지, 상처를 품은 채 다시 걸어갈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앞으로 또 넘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예전처럼 오래 주저앉아 이유만 붙들고 있지는 않으려 한다. 충분히 아파했다면 이제는 다시 일어설 차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다. 결국 나를 가장 잘 회복시키는 사람도, 다시 삶 앞으로 걸어가게 만드는 사람도 오롯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앞으로의 걸음을 조금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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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bookie_pub 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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