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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adustintheend님의 서재
  • 바다 여인의 선물
  • 데니스 존슨
  • 16,200원 (10%900)
  • 2026-06-17
  • : 5,110
죽음을 앞둔 작가가 남긴 마지막 소설집이라는 소개를 보고, 나는 이 책이 삶의 끝에서 건네는 쓸쓸한 회고록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데니스 존슨의 『바다 여인의 선물』은 단순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다. 간암 투병 중 마지막 힘을 다해 완성한 이 유작은, 오히려 벼랑 끝에 선 작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응시했던 불완전한 삶의 민낯을 담고 있었다. 그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를 허투루 읽을 수 없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삶의 가장 낮은 곳에 서 있다. 중독에 빠진 사람, 상처와 후회 속에 살아가는 사람,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흐려진 사람, 이미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사람들. 그들의 삶은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고, 쉽게 극복되지도 않는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결국 변화와 구원, 희망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인데, 데니스 존슨은 그런 익숙한 결말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망가진 인간을 고쳐 세우려 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이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너무 초라하고, 너무 엉켜 있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삶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어쩌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결국 거창한 사건들보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순간들의 모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도 없는 기억들. 그러나 바로 그런 보잘것없어 보이는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이 책 속 인물들의 불완전하고 뒤엉킨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삶을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끌어안으려는 태도가 배어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바라보고 기록했던 그의 문장들은 화려한 위로나 정답 대신, 한 사람이 끝까지 붙잡고 있었던 삶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데니스 존슨 역시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간 기억들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것일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나 완벽했던 순간이 아니라, 결국 지나온 시간 속 작은 조각들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담긴 ‘선물’이라는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따뜻한 위로나 희망을 기대했지만, 이 책이 말하는 선물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삶이 언제나 아름답고 완전해서 선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엉망이고 불완전한 모습까지도 결국 내가 지나온 나의 삶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 모든 시간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데니스 존슨이 말하고 싶었던 삶의 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완벽하게 정리된 한 편의 이야기는 아니다. 후회와 실수, 이해할 수 없는 선택과 우연한 순간들이 뒤섞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지나온 나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 책에 가깝다. 깨달음을 얻지 않아도, 모든 문제가 해결 않아도, 우리 삶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무너진 삶에도 이야기가 있고, 실패한 인간에게도 바라볼 이유가 있다. 작가는 구원받은 사람만이 의미 있는 존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인간의 모습까지 들여다볼 때 비로소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신비로운지 보여준다.

『바다 여인의 선물』을 덮고 나니, 결국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하고 불완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는 일 자체가 하나의 선물일 수 있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잊고 있던 기억들, 지나쳐 버린 작은 장면들까지도 모두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평범하고 사소한 삶의 조각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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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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