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별하지 않았다, 『하얀 바람』을 읽고
henadustintheend 2026/06/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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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바람
- 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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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 - 2026-06-15
: 1,620
• 우리는 이별하지 않았다, 『하얀 바람』을 읽고
『하얀 바람』은 반려견 뭉게를 떠나보낸 예예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이별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쩌면 읽기 전부터 마음은 이미 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나의 옛 강아지들이 생각나서 예상보다 더 많이 슬펐고 더 마음이 저려왔다. 이 책에는 슬픔을 강요하는 문장도, 눈물을 끌어내려는 장면도 없다. 대신 넓은 여백과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들, 그리고 짧고 담담한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담백함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책 말미의 에필로그를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뭉게와 한번 더 산책을 하면 그 슬픔과 먹먹함이 더욱 커진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상실의 슬픔을 잊기 위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몰두했다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이해되었다. '정말 완전히 사라진 걸까?', '지금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거다. 나 역시 먼저 떠난 반려견을 떠올릴 때면 종종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지금 이 세계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강아지 별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마음. 어쩌면 그것은 믿음이라기보다, 간절함에 가까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존재는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난다. 하지만 함께했던 시간과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가 내리면 빗속에서 파다닥 물기를 터는 너의 모습이 보이고, 벚꽃이 흩날리면 꽃잎 사이로 너의 발자국이 보이고, 쏟아지는 함박눈 아래로 폴짝거리는 네가 존재한다. 그 기억들이 슬픔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사랑으로 떠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은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천천히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 『하얀 바람』은 상실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떠난 존재를 애써 잊으라고 말하지도 않고, 괜찮아질 거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랑했던 마음과 함께 우리는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그리고 나는 문득 생각한다. 지금 이 바람 어딘가에 잠시 나와 이별한 친구들의 흔적이 스쳐 지나가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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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its_oit 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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