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henadustintheend님의 서재
  • 반려인의 하루
  • 김영글.안희제.정우열
  • 18,000원 (10%1,000)
  • 2026-05-25
  • : 2,045
왜 그 골목을 지나가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의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다. 개고기를 파는 가게 한쪽 철창 안에 아주 작은 강아지 한 마리와, 그 아이를 품에 안고 웅크리고 있던 어미개. 나는 한참 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어린 강아지도 잡아먹는 걸까. 어미개가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저 아이는 보게 될까. 어떤 결말이든 예정된 운명이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고, 결국 나는 주인에게 값을 치르고 두 생명을 데리고 나왔다. 콩닥거리는 몸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간이 다른 생명에게 얼마나 쉽게 폭력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그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무심함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잠시 보호하다 좋은 가족을 찾아주겠다는 계획은 어느새 13년이 되었다. 그 사이 어미개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철창 속에서 떨고 있던 작은 강아지는 열세 살 노견이 되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다른 존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반려인의 하루』가 유독 반갑게 다가온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김영글, 안희제, 정우열 세 작가가 고양이, 식물, 그리고 개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서로 다른 반려 대상을 이야기하지만, 책이 도착하는 곳은 같다. 만남과 공존, 그리고 이별. 나는 강아지와만 살아봤음에도 세 사람의 이야기에 모두 공감할 수 있었다. 고양이 이야기에서는 적당한 거리 안에서 피어나는 신뢰와 애정을 보았고, 식물 이야기에서는 기다림 속에서 자라는 사랑을 발견했으며, 반려견 이야기에서는 슬픔이 더 큰 사랑이 되어 가는 힘을 느꼈다.

그럼에도 개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정우열 작가의 「저녁의 강아지」를 더 오래, 더 깊이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자신의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이건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대목을 읽으며 사랑 끝에 남는 것이 결국 불행이라면 너무나 슬픈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불행한 걸까. 앞으로도 불행할 일만 남은 걸까. 문득 우울해졌다.

하지만 책 말미에 "우연한 혹은 어떤 필연적인 계기로 반려동물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살면서 사랑과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함께 행복을 누리고, 결국 이별을 하게 되고, 그런 다음 마침내 혼자 남겨진 우리는 적어도 이전보다 조금은 나은 존재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를 떠난 존재들이 남겨준 사랑의 씨앗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 생명에 대한 사랑이 또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거듭 피어날 때, 나의 사랑은 세상 어느 곳에서라도 작게 꽃을 피우며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결말은 결코 불행이 아닐 것이다.『반려인의 하루』는 바로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만남과 이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슬픔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까지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다정한 시선을 건네는 책.

"자신의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결국 불행해졌다. 이건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그렇다.

그래서 결국 행복했다는 결말을 위해, 나는 오늘도 온 마음을 다해 나의 작은 친구를 사랑할 것이다.

사랑하기에, 우리는 오늘도 행복하다.



#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_서평단 #반려인의하루

.

.

📚 출판사(@eulyoo )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