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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adustintheend님의 서재
  •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 김정아
  • 25,200원 (10%1,400)
  • 2026-05-08
  • : 12,635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은 것은 표지였다. 단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디자인은 아직 펼치지 않은 문장들의 분위기를 미리 전해주는 듯했다. 그 표지에는 단순한 미감을 넘어 작가의 영혼과 이야기의 결이 은은하게 스며 있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어떤 깊고도 선명한 세계 앞에 서 있다는 예감이 들었고, 나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아, 나는 지금 정말 대단한 책을 읽고 있구나.’ 읽는 내내 이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모른다.

『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는 말 그대로 번역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 작가를 향한 깊은 사랑의 고백이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10년에 걸쳐 완역한 김정아 번역가는 이 책에서 번역 과정뿐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낸 자신의 삶까지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일기이자 해설서이며, 문학 에세이이면서 한 인간의 치열한 성장 이야기처럼 읽힌다.

평소에도 번역이라는 작업은 늘 경이롭게 느껴졌다.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정서, 그리고 저자의 사유까지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은 더욱 분명해졌다. 김정아 번역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문장과 씨름했는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간을 쏟고, 몸을 혹사시키며,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새벽을 통째로 바쳐 번역하고, 육체적 고통과 삶의 무게를 견디며 문장을 다듬는 사람. 나는 쉽게 페이지를 넘기지만, 그 문장 뒤에는 누군가의 시간과 고민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 쉽게 이 문장들을 읽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 책의 또 다른 힘은 번역가의 시선으로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물들이 조금씩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들에서도 의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것이 번역가의 해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작품과 씨름해온 사람의 시선은 어쩌면 작가의 숨결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 시선을 따라 작품을 다시 읽을 때, 소설의 밀도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면 『죄와 벌』은 다시 읽고 싶어지고, 『백치』는 이제야 궁금해지고, 『악령』은 두려움과 함께 손에 들고 싶어지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언젠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진다.

책을 덮으며, 이 독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머지않아 다시 ‘도 선생님’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당연히 『죄와 벌』에서 시작해 『백치』를 만나고, 『악령』을 거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그 영혼의 흐름을 따라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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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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