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henadustintheend님의 서재
  • 자매의 책
  • 아멜리 노통브
  • 14,220원 (10%790)
  • 2026-04-29
  • : 1,215
『자매의 책』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 한 남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플로랑과 노라, 두 사람은 곧 결혼하고 딸 트리스탄을 낳는다. 그러나 식을 줄 모르는 사랑 속에서 아이는 축복이라기보다, 둘만의 세계를 방해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트리스탄 앞에 동생 레티시아가 태어나면서, 이 독특한 가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 소설은 아멜리 노통브 특유의 기발함과 속도감 덕분에 쉽게 읽힌다. 하지만 정서적 결핍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소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깊은 공감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된다. 노통브의 작품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사회는 오랫동안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이상처럼 제시해 왔다. 그러나 그 틀은 때로 가족 내부의 결핍과 침묵을 가려버린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가정 안에서도, 아이는 충분히 외롭고 위축될 수 있다. 이 작품이 아멜리 노통브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 하더라도 나의 과거와 겹쳐지는 부분이 매우 많아, 읽는 내내 자주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분명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공기와 분위기 속에서 내가 어떤 감각을 느끼며 자랐는지, 그때의 나를 돌이켜 보았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더라도, 비언어적인 태도와 분위기는 아이에게 분명히 전달된다. 나는 어른들의 미묘한 망설임과 거리감,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냉소를 보며 자랐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념하는 법을 배웠다. 원하는 것을 쉽게 말하지 않게 되었고,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기보다 숨기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트리스탄이 느꼈듯 그게 가장 안전하고도 사랑을 받는 방법이었으니까. 그렇게 몸에 밴 방식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자매의 책』을 읽으며, 내가 ‘별일 아니었다’고 넘겨왔던 순간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성인이 된다는 것은 과거를 완전히 지워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감각과 목소리들을 하나씩 알아차리고 구분해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때때로 그 시절의 방식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매의 책』은 내게 단순한 가족 소설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내가 외면해왔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들었고,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묻어두었던 경험을 직면하게 했다. 그리고 스스로 되묻는다. 나는 지금 누구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트리스탄이 어머니의 편지를 태우며 과거로부터 한 걸음 벗어났듯, 나 역시 더 이상 붙들고 있을 필요 없는 감정과 방식들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바라게 되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나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려는 마음으로. 그런 작은 변화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쉽게 곁을 떠나지 않는 작품이다.

📚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은 도서를 정성껏 읽은 후, 자유롭게 작성한 저의 기록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