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하고 무른 사람들의 이야기
책수집가 2026/05/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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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목에 사랑
- 최미래
- 15,750원 (10%↓
870) - 2026-05-06
: 2,405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진짜 사랑이 아닌 ‘연애’에만 빠져있던 미진이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자아 성찰로 나아가는 표제작 <돼지 목에 사랑>, 개꿀로 돈을 번다고 생각했던 일이 돌봄 노동으로 치환되어 짐이 되는 순간을 담은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타인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즐기는 선주와 그런 선주의 호의를 이용하는 이채의 이야기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미달의 이야기를 담은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까지 대체로 비관적 상태에 빠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 소설집이었고, 나열한 단편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을 읽으면서 저글링하는 원숭이를 볼 때만 해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는 느낌이었으나, 자신을 혐오하는 미달의 상태를 비유하는 것이란 느낌이 들고부터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삶의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나’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어떤 한도에 이르지도 미치지도 못한) ‘미달’의 마음을 잘 알 수밖에 없을 터. 그런 미달이 잘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뜨개질이었다. ‘코를 잘못 꿰면 풀었다가 다시 반복하고, 어느 날은 잘못 꿴 코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p.301)’는 일을 반복하는 미달은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고 이어간다는 것에서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인물 중에 가장 마음이 갔던 인물은 미달이 아니었나 싶다.
단편 소설 속 이름처럼 대체로 미진하거나 미달 상태의 부족한 이들의 모습이 담긴 내용이라 조금은 비관적이지만, 그 취약하고 무른 모습이 오히려 잔상을 남기는 소설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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