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 책은 블랙홀의 간단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양자적 얽힘’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물리학 이론의 여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이론에서 우리 우주가 양자 컴퓨터 속 세상일 수도 있다는 결론은 작년에 읽은 <고요의 바다에서>라는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어쨌든 결론에 도달하면 대형 양자 컴퓨터 개발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문과 인간의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읽었지만, 쉽사리 읽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저자는 ‘수학이라는 가성비 최고의 언어를 이용하여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P.52)’라고 했지만, 깔끔한 것은 공식일 뿐이었고, 이해는 독자 개인의 몫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본다.
블랙홀에 작게나마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듯한 개념, 사건의 지평선, 호킹 복사, 웜홀, 화이트홀 같은 개념들이 등장하므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이과적 지식이 풍부할수록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한다. 문과 인간에게는 6페이지에 등장하는 블랙홀 사진 두 장만으로도 놀라웠는데 블랙홀에도 별자리처럼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다.
블랙홀에 대해 정말 잘 써진 책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개념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설명도 친절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은은한 교수님 스타일의 유머까지 겸비하고 있다. 책에 대한 아쉬운 점이 정말 하나도 없는데, 내가 이 잘 써진 책을 백 퍼센트 흡수할 수 없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