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치앙마이의 ‘반팻 병원’에서 무상에 가까운 의료 돌봄이 어떤 방식으로 행해지는지 살펴보고, 의료의 중심에 무엇이 자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태국은 다양한 나라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치앙마이의 위치적 특성상 많은 이주민, 미등록 체류자, 난민, 태국 시민권이 없는 소수종족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공공 의료 시스템을 통해 자격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의료 돌봄을 제공받는다. 반팻 병원은 환자의 보험 상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 직원들의 업무 기조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P.76)”라는 사실이 가장 놀랍다. 이들은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를 정당한 돌봄의 대상으로 보고,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병원장의 “의료의 최우선 과제는 사람 목숨을 구하고 지역사회를 돌보는 것(P.77)”이라는 답변이 상당히 놀라웠다. 의료 대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비상식적인 의료 체계를 보다가 타당한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을 보고 놀라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반팻 병원의 운영 방식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놀라게 된다.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니까. 예를 들면, 집중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를 낳고 산모가 잠적하거나 방치하더라도 의료진은 아이를 끝까지 돌본다. 무연고 아기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장례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한다. 불법 체류자에게 공공 의료를 제공하면서도 비용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 것, 비용과 상관없이 환자의 퇴원을 보장한다는 사실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적인 태국의 의료 체계를 이상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료 방식이 있다는 것, 의료가 추구하는 돌봄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