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다가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겨 그만둔 후 거처를 옮겨 ‘루차 리브로’라는 사설 도서관을 개관하게 된다.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게다가 내 취향이 가득한 서재를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자기 머릿속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는(P.36)” 일이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이런 염려를 떨쳐내고, 내면의 창을 활짝 열어젖힌다. 책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떼지 않고 그대로 대여하고,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들과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이야말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유 서재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었다.
책에 인용되거나 소개되는 책이 대부분 일본 문학이라 낯선 작가와 책뿐이었는데 중간에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박사라 작가의 <가족의 역사를 씁니다>라는 책의 4.3사건을 다룬 이야기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강한 돌풍과 눈을 찌르는 광선(P.207)이 되어준 책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좋아한다. 내가 들을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서 <등 뒤의 창문이 열리는 순간>,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는 챕터가 기억에 남았다.
책 소개의 키워드만 봤을 때 북클럽 도서 중에 가장 기대했던 책이었다. 책 덕후인 내가 ‘사서, ’도서관’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설레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문제는 내가 일본 도서를 접하지 않다 보니 모든 게 낯설었다는 것뿐. 그래서 저자가 사는 지역을 소개하다시피 하는 4장의 ‘히가시요시노무라의 계절’은 흐린 눈으로 보게 됐다. 저자가 책을 쓸 때 번역될 일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일본 도서 소개가 많은 점은 아쉽다. 일본 문학이나 생활사에 무감한 사람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 에세이 중에서 이런 결의 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속초 동아서점을 꾸리고 있는 김영건 작가의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를 추천하고 싶다.
저는 책이라는 창문에 푹 빠져 거기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시고, 거기서 내리쬐는 빛에 차가운 손을 녹였습니다.- P24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는 누군가의 내면의 자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펼치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P86
어른이 되어 성장의 과정을 다시 마주하려면 자신이 걸어온(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두고 온 것을 찾아 되돌아가야 합니다.- P193
‘소리를 내는 사람‘은 저의 그림자이자 당신의 그림자이며, 또한 사회의 그림자입니다. 그것은 따로 떼어낼 수 없으며 저쪽과 이쪽은 언제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P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