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 앰배서더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한때는 배우였던 이마치는 어느덧 육십 대가 되어 알츠하이머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는다. 촬영 현장에서 잦은 실수를 반복하던 이마치는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대안 치료를 권하고, 이마치는 제제라는 의사를 만나 개인 맞춤식 VR 프로그램 치료를 받게 된다.
VR 치료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이마치의 과거를 따라간다. 젊은 날의 이마치를 만나며, 그녀의 삶을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무엇이 진짜 기억인지 정확하지 않다. 그러니 그녀의 기억도 온전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아니던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것 또한 이 책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마치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에게 적절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마저 품어주지 못했고, 그런 자신을 끔찍이도 미워했다는 점이 몹시 안타까웠다. 그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생존 이상의 것, 그것을 꿈꿔본 적이 없었(P.198)으므로.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한 슬픔은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로 점철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그 끝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이마치의 삶을 보며, 독자는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것과 반대로 선택하거든. 나를 믿을 수가 없어서, 나 자신이 미워서, 내게 절대로 좋은 것을 주지 않아. 한평생 나를 벌주면서 살았지.- P194
사람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다만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매끈하던 선이 뭉개지고 지워지는 과정, 조밀하던 이목구비가 흐물거리고 늘어지는 과정, 환했던 빛이 점차 희미해지는 과정.- P213
당신이 원한다고 언제까지나 이 안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요. 생명이 다하면 끝이죠. 죽음으로 모든 게 끝이에요. 알츠하이머는 그전에 당신을 놓아주라는 신호예요.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 P228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발견한 한 가지 진실이 뭔지 아세요? 인생은 고통이라는 거예요.- P245
내 인생은 반파된 자동차처럼 우그러진 채로 검은 연기를 풀풀 날리며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 굴러가고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도 옆에 네가 있어서,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