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최백규
사랑이 사랑도 아닐 때까지 사랑을 한다
네가 물들인 내 밤이 너무 많다
전국적으로 별일 없이 해거름이 옮아가고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야경을 바라본다
내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행복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울겠지
지난 주말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외지의 동물원으로 소풍을 갔다
가만히 쓰러진 기린을 구경했다
시들어가는 것은 어째서 모두 이토록 아름다운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고 믿었다- P29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P30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P30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P30
사랑이 사랑도 아닐 때까지 사랑을 한다
네가 물들인 내 밤이 너무 많다- P35
─사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때쯤 결심한 것 같다, 세계가 망가지더라도 시를 쓰자 아름답게 살자 남은 인생을 모두
이 천국에게 주자- P39
우리에게 사랑은 새를 기르는 일보다 어려웠다- P49
우리가 그 여름에 버리고 온 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아플까-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