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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람
  • 슈퍼히어로의 단식법
  • 샘 J. 밀러
  • 14,220원 (10%790)
  • 2021-07-10
  • : 262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슈퍼히어로 중의 하나가 스파이더맨이라고 알고 있다. 그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그가 아이언맨처럼 부유한 이가 아니라 가난한 프롤레타리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삶의 비애를 겪고 있는 처지라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미국인들에게 공감을 많이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기 피터 파커만큼 찌질한 또 한 명의 슈퍼히어로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맷. 바로 미국 작가 샘 j. 밀러의 장편데뷔작 '슈퍼히어로의 단식법'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는 슈퍼히어로는 아니다. 다만 초능력을 가졌을 뿐, 이렇다 할 영웅적인 행위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초능력을 일으키는 원인이 특이하다. 그는 거식증을 앓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초능력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 맷은 찌질하다. 십대인 그는 뚱뚱한 외모에 동성애자다. 전쟁터와 다를 바 없는 고등학교에서 그 두 가지 사실은 그로 하여금 늘 외부인으로 머물게 한다. 그 역시 자신은 결코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 여긴다. 이런 삶도 견딜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그가 겪는 거식증은 그러한 절망의 양태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혐오하고 늘 주변인으로 만드는 삶을 비관하는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낸 병. 그런데 그 거식증이 남다른 감각을 갖게 한다. 냄새로 타인의 생각까지 읽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사실 외부인에게 발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디에 소속되지 못하고 섬처럼 주변만 떠돌아다니는 이들은 남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무슨 생각을 가지는 것에 대해 예민할 테니까. 그건 어쩌면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의 산물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결국 자신의 사랑을 찾아내고야 마니까. '슈퍼히어로의 단식법'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주변인적인 삶에 대한 십대의 고민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밌게 풀어간 작품이다. 더구나 그리고 있는 주인공의 심리와 현실적 상황들이 아주 현실적인데 이건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에 바탕되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읽혀지는 대목이 많다. 삶은 고달프다. 그것도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삶이 그러한 꼴을 하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삶은 점점 더 많이 모래알처럼 내 손에서 빠져 나간다. 내 힘이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순간이 많아진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 맷에게 더 많이 공감할 지 모르겠다. '슈퍼히어로의 단식법'은 그런 삶을 어떻게 견디고 껴안을 수 있는지를 독자로 하여금 어느 순간 깨닫게 만드는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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