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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대했던 만큼 술술 금세 읽혀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는데, 책이 금방 끝나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몹시도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공감되는 내용도 많고 책이 좋았다.
2. 봉태규 배우의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에 대한 인터뷰 글을 보게 됐다. 그는 이 책의 시작은 '관계'였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감정적 교류가 부재한 탓에 자신의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고민도 많았고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관계에 대한 고민은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3. '아버지는 가장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미처 몰랐다.' (128p)
서로 선택해서 만난 관계는 아니었어도 그저 '잘' 지낼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다. 돌아보면 나는 가족원 모두와 찌그럭거렸는데 유독 엄마와 그 정도가 심했다. 애정하고 사랑하는 만큼 인정받고 싶기도 했지만 미워하거나 원망했던 시기가 있다. 처음으로 내가 상처받고 마음이 불편했던 만큼 엄마도 속상하고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게 서른이 넘어서였으니 나는 오랜기간 미성숙했는지도 모르겠다.
4. 분명한 건 나는 누구보다 사랑을 받고 자랐다. 다만 내가 바라는 사랑과 엄마가 내게 주고자 했던 사랑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걸 아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나 사랑하는 방법이 사랑하는 상대가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 어떤 것보다 귀한 깨달음이다.
5. 책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를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처음 적어놨던 질문이 있었다. 그것은 '왜 책의 첫 장이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김용균 씨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었을까?'하는 것이었다.
6. 이 질문에 대해서는 책 말미에서 '각자의 온기를 유지하려면 서로가 필요하다(p.216)'는 문장을 다시 눈에 담으며 내 나름의 정리를 했다.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타인들과 '함께' 관심갖고 고민하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내가 사회에 속해 살아가면서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봐야 하겠다.
7. 사실 여전히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서 붙들고만 있는 고민들이 꽤나 많다.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고 갑자기 쏟아져 밀려오는 다양한 가치관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8.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회인으로서, 누군가의 자녀로서, 또 다시 새롭게 이룬 가정의 배우자이자 부모로서의 이야기들을 적어놓았기 때문. 그리고 '좋은'어른 보다도 '괜찮은'어른 정도는 조금 노력하면 가능할테까 읽어보고 함께 방법들을 고민해보자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