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의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 열네살 어린 소년 막새. 그 막새에게 막새란 이름을 지어준 절구 할아범.
할아범은 막새를 친손자처럼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 외에도 막새를 따스하게 대해주는 여진족 소녀 모린 누나와
명수 형도 막새를 가족처럼 따스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조선이 명나라를 돕기 위해 일으킨 전쟁에 휘말리면서 막새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곳에서 막새는 동갑나기 벌개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전쟁터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한다. 벌개는 발가락에 동상을 입어 걷지 못하게 되고, 막새는 그런 벌개를 등에 업고서 전진한다. 그러한 막새의 순수함과 의리를 본 도원수 강홍립은 벌개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막새는 도원수를 돕게 한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 받던 조선의 병사들은 급기야 후금의 포로가 되고 포로가 된 조선의 병사들은 탈출하려다 들킨다. 이에 도원수는 탈출하려던 조선 병사들을 고향으로 보내 달라는 편지를 써서 막새를 통하여 후금의 장수에게 보낸다. 막새가 도원수의 편지를 가지고 후금의 장수 아라나에게 편지를 전달하지만 막새는 아라나에게 붙잡힌다. 그 이유는 막새가 아라나의 죽은 남동생과 꼭 닮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막새가 후금의 진영에 있는 동안 도원수는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막새는 아라나에게 병든 도원수를 간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아라나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자 모린이 나서서 막새가 의리가 있다면서 도원수에게 병간호를 하러 보내야 될 것 같다고 한다. 그제야 아라나는 허락을 한다.
막새는 모린이 준 말린 생강을 가지고 도원수에게 가서 생강을 푹푹 끓여서 그 생강물을 도원수에게 대접한다. 막새는 도원수의 감기를 치료하느라고 아라나의 집과 도원수의 진영을 왔다 갔다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새가 아라나의 집 부엌에 있는데, 모린과 아라나의 대화가 크게 들려온다. 모린과 아라나가 대화를 하는 걸 듣게 된 막새는 잘 기억했다가 도원수에게 김기 치료를 하러 가서 아라나의 부엌에서 들은 말들을 전한다. 도원수는 막새가 들려준 후금의 상태(조선을 먼저 물리쳐야 한다는 말 등)를 기름먹인 종이에 글로써 기록하여 새끼처럼 돌돌 꼬아서 보관한다. 그 일이 바로 염알이꾼이 하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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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야? 여길 벗어날 수 있는 신세가 아니잖아!"
막새가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난 내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울 거야. 그러니까 넌 네 나라를 위해 싸워."
"싸우라고? 포로 신세인데 싸우라고? 어떻게?"
막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집안 일을 하는 하녀가 무슨 일인가 하여 뛰어나왔다.
"그건 네가 고민해야 할 일이지."
모린은 알 수 없는 말을 자꾸만 했다.
"네가 염알이꾼이 되는 방법도 있어."
"염알이꾼? 남의 말을 엿듣는 사람이 되라고! 그런 나쁜 일을 하라고!"
"그게 왜 나쁜 일이야?"
모린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