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 바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메시지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파란색에 있는 것 같다. 파란색은 하늘색이고 하늘엔 해와 달, 별, 구름, 비가 있다.
중세엔 파랑이 진정으로 신적인 빛인 동시에 모든 형태의 악에 맞서는 구원자라고 믿기도 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가난한 세탁부의 아들 페르코는 그림 솜씨가 좋지만 그림도구를 마련할 수 없다.
그런데 훌륭한 그림도구를 가진 부잣집 아이 칼리가 숙제를 해오지 않은 벌로 페르코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 칼리가 페르코의 몸에 닿을까봐 구석으로 피해서 앉는 걸 보면서 페르코는 커다란 수치심을 느낀다. 아마도 3층의 여학생 주지도 페르코가 연 4일까지 ‘게으름뱅이’ 자리에 앉는다는 사실을 알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페르코는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떨어뜨린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던 페르코는 부잣집 아이 칼리가 창피함을 모면하기 위해 페르코에게 심술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페르코는 작은 목소리로 그림도구를 빌려주면 칼리에게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말한다.
칼리는 페르코에게 그림 도구 상자와 질 좋은 도화지를 빌려주면서 그림을 페르코가 그렸다는 사실을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집에 돌아와서 도화지에 집과 나무를 그리고 하늘만 색칠하면 되는데, 어머니가 세탁한 옷을 배달하라고 한다. 페르코는 여학생 주지의 집에 세탁한 옷을 배달하지만 세탁비로 받은 돈이 1펜게가 부족하여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듣는다.
하지만 어머니의 꾸지람은 아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파란색 물감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 파란색 물감은 고양이 친츠가 책상에서 떨어뜨렸고, 떨어진 파란색 물감을 쥐가 먹은 것이다. 페르코는 파란색 쥐를 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고양이 친츠가 파란색 쥐를 잡아먹었고 친츠는 파란색 고양이가 된다.
-- 파란색 물감이 없어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페르코가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낮 열두 시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바로 그때, 흰 수염에 황금열쇠를 든 키가 큰 수위 아저씨가 나타난다. 수위 아저씨는 상냥하게 웃으며 “페르코, 이 꽃을 꺽어다가 물감을 만들면 어떻겠니? 봐라, 들판이 온통 꽃 천지잖니.” 라고 한다.
깜짝 놀란 페르코가 둘러보니 온 들판에 아름답고 탐스러운 파란색 꽃으로 뒤덮여 있다.
“아저씨, 이 꽃으로 물감을 만들 수 있어요?”
“만들 수 있다마다. 자, 어서 꽃을 따렴.”
페르코는 서둘러 파란 꽃을 한 아름 딴다. 수위 아저씨는 파란 꽃의 이름이 ‘참 하늘빛’이라고 알려준다. 참 하늘빛은 낮 열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야 핀다고 한다. 참 하늘빛은 1분밖에 피어 있지 않으니까 서둘러 따야 한다고 말이다. --본문 27쪽
집에 돌아온 페르코는 참하늘빛 꽃을 짜내어 즙을 만들고 그 즙이 참하늘빛이다.
페르코는 아직 미완성인 그림에 참하늘빛을 칠하여 완성한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칼리에게 그림을 주지만 잿빛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본 칼리는 이게 무슨 파란 하늘이냐면서 그림을 던지고 짓밟아버린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가는 데 금발의 여학생 주지가 부른다. 엄마의 심부름이라면서 페르코에게 1펜게를 전해주다가 페르코의 그림을 보게 된다. 주지는 그림을 달라면서 돋보기 등의 물건들을 페르코에게 준다. 페르코는 참하늘빛 그림을 주지에게 준다.
커다란 병을 가지고 나타난 칼리는 페르코에게 참하늘빛을 달라면서 절반도 넘게 가져간다.
페르코는 남아 있는 참하늘빛을 다락방의 빈 궤짝 뚜껑의 안쪽에 칠한다.
페르코는 궤짝 안에 들어가 뚜껑을 덮고서 참하늘빛의 아름다운 하늘을 본다.
하지만 참하늘빛을 가져간 칼리는 노박 선생님의 모자 안쪽에 참하늘빛을 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박 선생님은 모자를 쓰게 되고, 마당에 모인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보는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박 선생님이 연설을 할 때는 모자 속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소나기가 내린다. 노박 선생님은 모자를 내팽개치고, 학교에선 누가 노박 선생님의 모자에 폭탄을 설치했는지 물샐틈없는 조사가 시작된다. 두려움에 떨던 칼리는 남아 있는 참하늘빛을 화장실에 버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지는 부모님이 외출한 시간에 참하늘빛 그림을 배경으로 인형놀이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림 속의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더니 불꽃이 일어나 마침내 그림이 불타버린다. 말할 수 없이 신비로운 참하늘빛은 이처럼 두려운 측면이 있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참하늘빛이다. 때문에 칼리, 주지, 페르코는 부서진 벤치에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참하늘빛을 다시 만들기로 한다.
그리하여 비밀친구 페르코, 주지, 칼리는 페르코가 맨 처음 참하늘빛을 만났던 장소 들판으로 가고, 그 곳에서 참하늘빛 꽃들을 발견한다. 하지만 참하늘빛 꽃을 가지려면 울타리를 넘어야 한다. 그것도 1분 안에. 페르코는 훌쩍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지만 주지는 울타리의 못에 옷이 걸려서 내려설 수가 없다. 페르코는 꽃을 가질 수 있지만 주지가 가엾어서 주지의 옷을 못에서 벗겨내기 위해 애쓴다. 그 동안에 참하늘빛 꽃은 모두 사라진다. 게다가 키가 큰 정원지기가 나타나서 꽃 도둑이라면서 큰 소리로 야단친다. 그 소리에 칼리는 달아나고, 페르코와 주지는 캄캄한 지하실에 갇힌다.
어두운 장소에 갇힌 주지는 울면서 페르코를 불렀고, 페르코의 팔에 꼭 매달린다. 페르코는
주지의 뺨을 어루만져 주고 어엿한 어른처럼 믿음직스럽게 말한다.
“주지, 겁낼 거 없어 지금 바로 불빛을 만들어줄게.”
페르코는 주머니에서 참하늘빛이 바닥에 조금 남은 약병을 꺼낸다.
더듬더듬 지하실의 벽을 찾아 참하늘빛을 칠하자 작디 작은 해가 밝고 따사로운 빛을 비춰
준다. 주지와 페르코는 힘을 합하여 밀짚을 모아 돋보기로 밀짚을 태운다. 페르코가
검게 탄 문을 걷어차자 문이 푸스스 부서지며 푹석 주저앉는다. 페르코와 주지는 서둘러 밖
으로 뛰어나간다. 그리고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고마워, 페르코.”
주지가 페르코에게 입맞춤을 한다.♣
페르코에게 있어 참하늘빛은 천사인 것 같다. 그렇다면 천사는 맨 처음 어떤 모습으로 페르
코에게 다가왔을까, 바로 키가 큰 수위아저씨가 아닐까, 그가 들고 있던 황금 열쇠는 보통 열
쇠가 아닌 것 같다. 그 뿐만이 아니다. 노박 선생님의 모자에선 왜 천둥이 치고 소낙비가 내
렸을까, 왜 주지가 가지고 놀던 참하늘빛 그림은 천둥과 번개로 새카맣게 타버렸을까? 그 까
닭을 묻는다면 노박 선생님은 페르코의 어려운 가정 사정을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
다. 그리고 부잣집 칼리는 참하늘빛으로 장난을 첬기 때문에 벌을 받은 것 같고, 주지는 3학
년인데 유치원생처럼 인형놀이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어리던 주지가 무섭고 긴박
했던 지하실에서의 경험은 주지의 마음을 한껏 성장시킨 것 같다.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참하
늘빛을 갖고 싶은 마음은 그들의 성장을 위한 사건이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페르코 또한 보다 큰 성장을 위해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데, 빈 궤짝에서 참하늘빛에 매료
되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주인 집 일꾼들 때문이다. 그들은 페르코가 심취해 있는 나무 궤
짝을 낯선 곳으로 이동하고 그 곳에서 페르코는 두렵고 무서운 경험을 한다. 그런 중에도 참
하늘빛은 페르코를 돕는다. 물웅덩이가 되어 일꾼들의 손에서 놓여나게 하고, 다음 날 아침엔
따스한 햇볕으로 페르코의 발을 따스하게 해 준다. 그걸 계기로 하여 페르코는 강물 위로 흘
러 가게 되고 궤짝 뚜껑의 참하늘빛은 뗏목이 되어 페르코를 돕는다. 강가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물 위를 걷는 페르코를 성자라고 생각한다.
성자가 된 페르코는 성자가 아닌 것이 발각될까봐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강에서 가장 가까
운 마을로 간다. 교회가 아닌 사제관으로 가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이 얼마나 용기 있고
지혜로운 생각인가. 페르코에겐 참하늘빛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모험에서 꼭 필요한 지혜
와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페르코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고양이 친츠를 사랑하고, 주지와 참하
늘빛을 사랑한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참하늘빛은 없다.
그 훌륭한 조력자 참하늘빛이 너무 너무 소중한데, 참하늘빛 한 조각이 반바지에 남아 있다.
때문에 페르코는 참하늘빛이 남아 있는 반바지를 3년이 지나도록 벗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지가 파란 눈으로 페르코를 보면서 그 반바지를 갈아 입지 않으면
페르코와 산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때서야 페르코는 참하늘빛보다 더 아름다운
주지의 파란 눈을 보면서 깨닫는다. 반바지는 이제 더 이상 입으면 안 된다는 것을! ♣
목차
파란색 물감이 사라졌다
이상한 수위 아저씨
비밀 친구
모자 속에 내리는 소나기
깜깜한 지하실
숲 속에서 보낸 하룻밤
어린 성자
조그만 하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