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려 200년간의 경제사상사를 정리한, 이제는 현대고전으로 남은 존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가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77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하버드 경제학자인 존 갤브레이스가 영국 BBC 방송국으로부터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함께 제작하였을 때 그 대본을 기반으로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은 2차 대전 종료 이후 전례없는 호황과 강세장을 경험한 세계경제가,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등을 경험하면서 마침내 어떠한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당시의 충격적 인식을 반영한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애덤스미스의 고전 자본주의에서부터 20세기의 케인즈까지, 200년간의 근현대 경제 사상을 망라하여 설명한다. 그 흐름 끝에 70년대의 불안을 포착하고 나아갈 길을 설명하려 한 것. 놀라운 점은 당시 우리나라에도 78년에 바로 수입되어 널리 읽혔다고 한다. 그 정도로 처음부터 대히트한 베스트셀러였으며, 스테디셀러를 넘어 현대고전으로 자리잡은 경제사상서인 것. 당시 한국 역시 70년대 경제 위기의 여파를 맞고 있었으며, 사회가 지속적으로 불안해진 결과 박정희 정권의 안정성도 점차 흔들리고 있었다. 박정희 정권이 카리스마 리더의 암살이라는 사고로 몰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엔 70년대 특유의 혼란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경제를 말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이야기, 그리고 또 정치를 결코 뗄 수 없다. 정치의 1차적인 목적이 재화의 배분, 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사회이다. 경제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함께 논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 책도 단순히 지루한 경제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실은 경제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200여년간의 세계사책이라 해도 무방할듯. 알다시피 그 200여년간 서구사회는 이전의 몇천년간 인류가 이뤘던 모든 성과를 아득히 뛰어넘는 발전을 이룩했다. 그 격동의 시대가 마침내 현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모습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로운 문체로 설명한다. 지루한 공부를 할 필요 없이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주요 경제사상이 모두 머리속에 들어오는 것.
책을 읽을수록 70년대 경제서적이 당대에도 인기있었고,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경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깰 너무나 재미있는 읽을거리이다. 2026년인 '지금 읽어도' 그렇다. 당시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나아가는 시대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발전, 신대륙 개척, 철도혁명, 1차대전, 대공황, 2차대전, 그 후 곳곳에서 진영간 전쟁이 벌어지지만 각 진영의 본진에서만큼은 평화가 유지되었던 냉전시대까지.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하며 인류 삶의 방식과 그것에 대한 생각들도 빠르게 변하던 시절이었다. 그 끝에 발전이 둔해지고 마침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던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리한 경제 사상사. <불확실성의 시대>는 AI가 세상을 한달이 다르게 바꾸고 있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신선한 읽을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