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양자역학은 전문가들 스스로도 어렵다고 말을 할 정도로 일반인들이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기존의 과학도 일반인의 상식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양자역학의 경우 기존 과학에서 더 나아가 거시세계의 법칙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종종 양자역학이 미신과 신비주의 같은 것으로 포장되는 이유도 완전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들어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역시 종교적, 미신적 사고와 겹쳐지는 부분 때문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철학적인 세계관의 상당 부분이 양자역학의 내용과 겹쳐지는 것은 제법 흥미롭다. 과학을 종교와 일치시키거나 혼동시키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분명 비슷한 내용으로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이고 그것은 종교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름의 교훈을 제시할 수 있는 철학이기도 하다. 사실 과학도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이 살면서 자연의 이치로부터 수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과학을 이해함으로써 더욱 깊은 사고와 풍부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양자역학의 결정적 순간들>은 평소 언더스탠딩과 안될과학 등 대형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양자역학을 설명해 온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가 최대한 쉽게 써낸 책이다. 너무 깊고 복잡하지 않게, 상당히 간략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지만 역시나 양자역학 이해는 쉽지 않다. 이론 자체만 이야기하기 보다는, 닐스 보어와 알버트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들의 등장과 연대기를 기준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상대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듯 읽을 수 있었다.
모두 다 이해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결국 양자역학의 기본은 본질이 고정되기 보다는 다른 성질이 공존하고 상대적으로 정의되는 "동시성"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빛은 파동이며 동시에 입자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파동의 성질을 띄고, 어떤 상황에서는 입자의 성질을 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것이 생각해보면 그런면이 있다. 한 인간의 성격 혹은 삶의 행적을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희대의 악인이 가졌던 의외의 좋은 평판, 위인으로 꼽히는 역사적 인물의 비정한 면모, 개인의 취향과 의사결정 측면에서 수많은 모순이 공존하는 등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동시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과학이론이 어렵다고 해서 단지 외면하고 넘어가기엔, 자연의 이치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얼핏 비과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양자역학을 통해 얻게 되는 세상에 대한 깨달음이 너무 많다.